
인천지역 이용객들 ‘갈등’
소리내어 읽기 민원 속출
꾸짖을땐 책 거부감 우려
“읽어, 이걸 모르면 어떡해!”
17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의 한 어린이 도서관 1층. 책상에 앉아 한글을 가르치던 어머니의 어린 아들을 다그치는 목소리가 열람실의 적막을 깼다. 옆자리에서 조용히 책을 읽던 다른 이용객들의 불쾌한 시선이 모자에게 쏠렸지만, 어머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소리를 내서 책을 읽게 했다.
최근 음식점 등에서 아이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인천 지역 ‘어린이 도서관’의 소음 문제를 두고 이용객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다.
‘어린이’가 주 이용객인 만큼 어느 정도의 소음과 산만한 분위기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과 ‘도서관’은 다른 무엇보다 정숙이 최우선 돼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인천에 있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어린이 열람실을 두고 있는 일반 도서관 포함)은 모두 116곳. 각 지자체는 동 주민센터나 도서관 유휴 공간에 어린이들이 동화책, 그림책, 한글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뛰어다니거나 부모와 함께 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경우가 적지 않아 각 도서관 마다 ‘시끄럽다’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인천 남구에 사는 권모(42·여)씨는 “도서관에서는 정숙해야 한다”며 “아이가 어려 통제가 어렵다면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곳이 아닌 독립된 공간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와 반대로 아직 성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도서관에서 억지로 조용히 시키면 오히려 책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서구에 사는 김모(43·여)씨는 “작게 대화하거나 소리 내는 정도는 이미 예상되는 것 아니냐”며 “아이가 어려서 ‘어린이’ 도서관에 왔는데 무조건 조용히 하라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어린이 도서관의 이용규칙은 ‘다른 사람에게 방해 또는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 전부일 뿐, 구체적인 소음 기준은 없는 상황.
남구의 한 어린이 도서관 관계자는 “조용히 책을 읽으려는 이용객들의 소음 민원이 계속되면서 간판에서 아예 ‘어린이’를 빼야 하나 논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책을 읽는 곳’이라는 도서관의 참뜻이 갈등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안찬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사무처장은 “글을 모르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으로, 전 세계 도서관에서는 자연스러운 문화다”라면서도 “다만 도서관은 공공장소인 만큼 보호자는 아이에게 남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을 가르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