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이번 신춘문예에 당선되지 못한 그 몇 분은 절대 낙심하지 말고 더 정진해서 소설가로서의 길을 잃지 말기 바란다.
본심에 올라온 작품 가운데 두 사람의 심사자가 마지막까지 눈여겨 본 작품은 손솔지의 '한 알의 여자', 허윤실의 '미러', 조미해의 '마스카라', 김개영의 '봄의 왈츠', 김소연의 '루시드 드림' 등 다섯 편이다.
'봄의 왈츠'와 '루시드 드림'은 작품을 쓴 사람들의 사회학적 상상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봄의 왈츠'는 일종의 상황극인데, 직업 세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문제를 교수 또는 학교사회에서 찾아 압축적으로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고, '루시드 드림'은 요즘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과 절망을 하나의 예로써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봄의 왈츠'를 쓴 사람은 문장 수련이 이미 잘 되어 있는 반면 '루시드 드림'의 작가는 아직 더 많은 정진이 필요하다. 두 작품 모두 소설 속 사건이 하나의 예시 이상으로 퍼져나가는 울림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깊이 논의하지 않고도 두 사람은 모두 '한 알의 여자'를 단연 당선작이라고 보았다. 당선작인 '한 알의 여자'는 우선 문장이 탄탄하다. 생략, 압축 등 감정의 절제를 통한 미적거리를 확보, 상징과 은유 등 미학적 장치를 통한 품격 제고, 장면 전환의 능숙한 솜씨 등이 무척 돋보인다. 삽화 또한 명료하고 참신한 압축미로 작품 형상화에 공헌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을 쓴 이는 이 시대가 어떤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한 여성 인물의 짓눌리고 변형된 자아 정체성을 통해 남성 중심적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의 내밀한 심리를 드러낸 그 안목을 높이 살 만했다.
만만찮은 작품을 선보인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문학에 정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