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17)군은 수업시간에 상담을 받기 위해서 담임 교사를 비롯해 교과목 담당교사, 학년부장 교사 등 3명의 교사에게 확인증을 받아야만 했다. A군은 확인증을 받을 때마다 '무슨 일이 있느냐', '왜 상담을 받는 거냐' 등 쏟아지는 교사의 질문에 곤혹을 치렀다.
A군은 "차마 담임 선생님에게 이야기할 수 없는 고민이라 상담을 받으려던 것인데 선생님들은 마치 내가 수업을 빠지기 위해 꼼수를 쓰는 것으로 생각하는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수원 한 중학교의 전문상담교사 B씨는 학교 행정 업무 탓에 정작 학생 상담 업무에 제한을 받고 있다. 점심시간과 방과후 시간은 학생들이 Wee 클래스(상담실)에 가장 많이 방문하는 시간이지만, 교통지도는 물론 급식지도까지 해야하기 때문.
학교폭력, 왕따문제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도 학교들이 정작 학생과 전문상담교사의 '상담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교육청 지침에는 상담의 특수성을 고려해 전문상담교사에게 상담관련 업무 이외 별도 업무 부과를 지양하라고 돼 있다. 또한 학생이 수업시간에 상담을 받으려면 학부모의 허락 정도만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 용인, 동두천, 양주, 양평 등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이 수업시간에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2~3명의 교사에게 허락을 받도록 하거나 금연지도, 교문지도, 교통지도, 시험감독 등 행정업무를 상담교사에게 떠맡겨 정작 학생 상담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 B씨는 "상담교사가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새로운 잡무가 생길 때마다 상담교사에게 떠넘기는 실정"이라며 "상담교사가 교문에서 학생 옷차림 불량 등을 단속하는 업무를 맡는다면 어떤 학생이 상담 교사에게 고민을 털어놓겠는가"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부 학교에서 지침이나 권고대로 상담실을 운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앞으로는 전문상담교사 운영 의지가 높은 학교에 우선적으로 상담교사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도내 2천230여개 초·중·고등학교중 전문상담교사가 있는 곳은 공립학교 279곳, 사립학교 85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윤수경기자
학폭·왕따 털어 놓기엔 '너무 먼 상담실'
수업 시간중 가려면 담임·학년부장 등 허락 요구
담당교사엔 "업무 없다"잡무 떠넘겨 '상담 제한'
입력 2014-04-1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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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4-15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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