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후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도곡역 지하철 방화 사건 피의자 조모씨가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도곡역 지하철 3호선 열차에 불을 낸 방화범이 검거됐다.

재판 결과에 불만을 갖고 있던 조모(71)씨는 28일 오전 10시 52분께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매봉역에서 도곡역으로 향하던 339전동차 3399객차에미리 준비한 인화물질에 불을 붙였다.

도곡역 방화 당시 조씨는 약 1ℓ짜리 시너 11통과 부탄가스 4개, 과도 1개를 담은 가방 두 개를 갖고 있었으며, 4호차 앞쪽 노약자석에 앉아있다가 범행을 저질렀다.

조씨는 시너가 담긴 통 11개 중 5개의 뚜껑을 열었고 가방을 발로 넘어뜨려 객차 바닥에 쏟은 뒤 라이터를 켰고, 때마침 해당 객차에 타고 있던 서울메트로 매봉역 역무원 권순중(46)씨 등이 비치돼 있던 소화기로 불을 끄려하자 몸을 잡아당기며 진화를 방해했다.

조씨는 세 차례에 걸쳐 바닥에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였고, 마지막 시도가 실패하자 현장에서 달아났다.

당시 객차 내에는 승객 50여명이 타고 있었고, 열차는 도곡역까지 300여m를 남겨둔 매봉역과 도곡역의 거의 중간 지점에 있었다.

해당 전동차는 도곡역 승강장에 절반 정도 들어간 상태에서 멈췄다.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막 진입하려던 오금 방면 전동차 안에서 조모씨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메트로 수서차량기지로 들어온 사고 전동차의 최초 발화 지점인 노약자석 앞. /연합뉴스

도곡역 방화로 승객 370여명 중 270여명은 도곡역 역사를 통해, 100여명은 선로를 따라 인근 매봉역을 통해 밖으로 대피했다.

다행이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으며, 화재는 8분만인 11시 정각에 완전히 진화됐다.

달아난 도곡역 방화범 조씨는 30여분만에 인근 화상전문병원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도곡역 4번 출구로 나온 도곡역 방화범 조씨가 환자인 척 구급차에 올라탔으며, 신원을 밝히길 거부하며 취재진을 불러달라고 요구하다 검거됐다고 전했다.

경찰 조사에서 조씨는 치밀한 계획에 따라 방화를 시도했다고 실토했다.

광주광역시 동구에 사는 조씨는 22일 버스를 타고 상경해 3호선 삼송역을 사전답사했고, 26일 시너 등 범행도구를 실은 그랜저XG를 몰고 다시 올라와 삼송역 인근모텔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28일 오전 3호선 온당역에서 열차에 올라탔고, 열차가 매봉역을 지나자 방화를 시도했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3월 광주고등법원에서 확정된 재판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지하철 3호선 도곡역에 막 진입하려던 오금 방면 전동차 안에서 조모씨가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붙여 화재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서울메트로 수서차량기지로 들어온 사고 전동차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동구에서 25년째 유흥업소를 운영중인 그는 지난 2000년 업소 안으로 정화조가 역류해 손해를 입었고, 건물주를 상대로 10여년간 소송을 벌여 승소했지만 기대했던 금액(4억∼5억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천만원대의 배상금만 받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억울한 사항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최근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사고를 보고 지하철에서 불을 내면 언론에 잘 알려지겠다고 생각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고속버스터미널 지날땐 사람이 너무 많았고 지나면서 승객들이 대부분 내리고 매봉역쯤 되니까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불을 질렀다"고 전했다.

조씨는 당초 알려진 것과는 달리 범행 과정에서 화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환자복을 입은 채 경찰에게 붙들려 나오는 과정에서 취재진에게 웃는 얼굴로 손을 들어 보이기도 했다.

경찰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조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