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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지난 10일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아베와 극우주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있다. /인하대한국학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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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서 주도적 역할 가능
장기불황 우파득세한 일본
잘못된 과거 미화 갈등키워
일본의 극우·국수주의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까닭은 역사적 망각에 있다.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0일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 강좌에서 '아베와 극우주의'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아베 정부는 극우·국수주의 시도를 중단하고 역사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동아시아 평화에 공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장기 불황후 우경화'라는 역사적 공식을 따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역대 어느 정부도 대놓고 하지 못했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공식적으로 하는 등 극우화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장기 불황속에서 희망을 상실한 일본 국민에게 대외적으로 국가적 자존심을 자극함으로써 극우·국수주의를 선동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극우·국수주의는 인접 국가와는 영토 갈등을 유발하고 침략을 호도하는 방향으로 간다"며 "일본이 틈만 나면 극우화로 가려는 것은 과거사 정리가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1945년 일본 패전 당시 동북아 세력 균형은 무중력 상태였다. 중국은 내전에서 회복하지 못했으며, 한국은 이제 막 독립한 상태였다.
오직 미국만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고, 부분적으로 소련이 후순위 지분을 다투었다. 이같은 구조는 '전범국' 일본에게 행운을 안겨다 주었다. 독일과 비교했을 때 관대한 처분을 받은 것이다.
독일은 같은 패전국이었지만 미국·소련·영국·프랑스의 공동지배를 받았고, 특히 소련으로부터 가혹한 보복을 당했다. 반면 일본은 실질적으로 미국의 단독 지배를 받았다. 최대의 피해를 입은 한국과 중국은 당시 조건에서 일본의 점령에 참여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
강 연구위원은 "독일은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나치 전범재판 이후 철저한 반성의 길을 걸어 결국 유럽통일을 주도할 수 있었다"며 "반면 일본은 과거 잘못을 미화하거나 부정하는 정책으로 일관해 인접국의 반발을 자초했다"고 말했다.
30년간 이어진 일본의 장기 불황은 냉전 종식 이후 우파정치인의 득세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다. 일본의 투표자는 극우 정치인의 국수주의적 장밋빛 청사진에 동원되기 쉽다. 1930년대 근대화에 최초로 성공했던 일본은 당시 근대화에 실패했던 한국 등 동아시아 인접국가를 손쉽게 침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베가 향수를 동원하는 1930년대 아시아가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더불어 국제 질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으며, 한반도 역시 구한말의 조선이 아니다.
강 연구위원은 "역사를 반성하지 않으면 교훈을 얻을 수 없고 결국에는 불행을 반복한다"며 "일본이 다시금 과거와 같은 재앙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독일이 과거 반성과 뉘우침을 지속적으로 실천함으로써 유럽의 중심으로 복귀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4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리는 8번째(마지막) 강좌엔 이명찬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이 강사로 나와 '조어도(釣魚島·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와 중일 영토분쟁'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