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가 입찰제가 부실 시공의 원인이 됐고, 시공사는 나름대로 하자를 줄여보겠다고 나서면서 당초 설계 내역에 없는 비용이 발생했다. 결국 인천시에 남은 건 부실투성이 경기장과 수백억원대의 소송이다.
경기장 시공사들이 잇따라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꼭 필요한 곳에 쓴 돈을 달라"는 것으로, 동일하다. 인천시의 물량 내역서에 공사에 꼭 필요한 항목이 빠져 있었다고 시공사들은 공통적으로 이야기한다.
경기장에 하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설계 변경이 필요했는데, 인천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제대로 공사를 하기 위해 내역에 없는 장비나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계룡건설 관계자는 "(설계변경과 관련해) 인천시에 100을 요구했다면 이중 반영된 것은 40에 불과하다"며 "나머지 60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하거나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경기장 건설 예산을 무리하게 줄이면서 의도적으로 물량 내역서에서 여러 내역을 뺏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계양경기장의 경우 설계설명서에는 타워크레인이 있었는데, 물량내역서에는 타워크레인이 빠졌다"며 "인천시가 예정금액을 낮추기 위해 의도적으로 뺀 것으로 미뤄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들은 추가 공사비를 받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공사비를 아꼈다고 말한다. 공사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장비나 자재만 추가로 썼을 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하자를 100% 예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계양경기장의 누수 원인으로는 '자재값 축소' 등이 꼽힌다. 계양경기장은 둥근 형태인데, 이곳 외벽에는 곡선이 아닌 평면 패널이 사용됐다. 때문에 경기장을 가까이서 보면 곳곳에 패널이 어긋나 있다. 방수처리도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빗물이 샌다.
계양경기장 관계자는 "판 사이에 틈이 있다 보니 조인트 부분에서 내부로 물이 들어온다. 물이 빠지도록 배수 통로가 만들어졌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형 건축물 전문가인 위드웍스 건축연구소 김성진 소장은 "곡선 패널을 쓰거나 평면 패널을 쓰더라도 잘게 만들어 써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설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것 같다"며 "패널 밑 배수층도 완벽하게 처리되지 않았고, 누수 검증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누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기장 시공사인 태영건설 관계자는 "내측에 방수 역할을 할 수 있는 내피를 시공했다. 다른 업체가 전기·통신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게 된 것 같다"면서 "누수가 되는 곳에 실리콘을 바르는 방식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 중인데, 날씨로 인해 외부가 팽창하면서 실리콘이 터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실투성이 경기장에 대한 소송이 잇따르고 있지만 인천시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다. 시 관계자는 "소송에 대해 언급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시공사에게) '소송하려면 떠들지 말고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