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조성한다며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장수천이 심각한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4일 오전 11시께 인천시 남동구 청소년수련관 인근 장수천. 하천 옆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천 주변에는 나무가 우거진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깔끔하게 조성돼 있지만 하천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유물과 기름띠가 둥둥 떠다녔다.

일부 하천 바닥이 드러난 곳은 오염물질로 인해 검게 변해 있었고, 하천 옆에는 인근 업체에서 내다버린 것으로 보이는 슬러지(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발생되는 물질)가 곳곳에 쌓여 있었다.

인근에 사는 주민 박병화(50)씨는 "돈을 들여 생태공원을 만들어 놓고, 왜 하천관리는 안 하는지 모르겠다"며 "평상시보다 비가 오면 역한 냄새가 더 올라와 하천변을 걸어다닐 수 없을 정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 물환경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장수천의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와 COD(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각각 10.9㎎/ℓ, 9.9㎎/ℓ로 '나쁨'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에서는 장수천 지류인 만수천에 유입되는 하수가 그대로 장수천으로 유입되면서 수질이 오염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만수천과 장수천 경계 부근에는 1곳의 차집관(가정에서 배출되는 오수가 1차적으로 모이는 곳)이 설치돼 있지만, 수용 용량을 초과한 생활오수들이 장수천으로 고스란히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하천 바닥에 대한 준설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염 물질이 지속적으로 쌓여 수질 악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김성근 인천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은 "인천시가 생태하천으로 조성하고도 관리를 잘 하지 않아 발생하게 된 문제"라며 "인천환경운동연합이 하천 바닥에 있는 오염물질을 걷어내는 작업을 자체적으로 실시할 정도"라고 말했다.

장수천은 과거 생활하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수질 오염이 심각한 하천이었다. 인천시는 이곳에 2006년부터 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자연형 생태하천' 조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인천시는 하수 유입 등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수질 개선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은 알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천 변을 따라 슬러지,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