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을 전폐하는 게 단식이다. 깨물어 먹는 것(食)과 마시는(飮) 걸 전혀 안 하는 거다. 그럼 죽기까지 며칠이나 버틸까. 지진이나 산사태로 묻힌 목숨의 한계는 72시간(만 3일)이라는 거다. 그런데 세월호 유민 아빠의 단식 농성에 합류한 문재인은 왜 단식 1주일에도 멀쩡한가? '식음 전폐'가 아니라 '반폐(半廢)' 또는 '3분의 1 폐'로 은근슬쩍 먹고 마시기 다하는 거 아닐까. 전혀 단식하는 얼굴 신병(身柄) 같지 않으니 말이다. 사적인 욕심 계산을 노린 정치인의 위협 협박조 단식 농성―헝거 스트라이크야말로 추하기 그지없는 쇼, 이벤트, 퍼포먼스에 불과하다. 더구나 말려야 할 사람이 동조하다니! '농성'이란 농구(籠球)의 그 '바구니 籠'자로 원래 적이 쳐들어왔을 때 성문을 굳게 닫고 지키는 게 농성이다. 길바닥에 죽치고 오가는 사람 다 만나는 건 농성도 아닌 볼거리일 뿐이다. 이슬람교의 라마단 단식월(月)이나 천주교의 단식재(斷食齋)처럼 정치인의 단식 농성도 이벤트에다가 쇼에 지나지 않는다.

단식도 단식다워야 단식이고 순사(殉死), 순절(殉節), 순국(殉國) 등 단어가 따라붙어야 고결하고 위대한 단식이다. 애국 충정의 단식으로 죽음도 불사(不辭)한 충신들의 경우가 그렇다. 한말 문신 학자 최익현(崔益鉉)은 1905년 을사조약에 반대, 의병을 일으켜 항쟁하다가 일본군에 넘겨져 쓰시마(對馬)→대마도에 유배됐으나 단식 끝에 순국했고 학자 이만도(李晩濤)도 1910년 경술국치에 항거, 24일 단식으로 순절했는가 하면 의병대장 김상태(金尙台)도 일본 놈 식기로 밥 먹을 수 없다며 옥중서 아사했다. 임진왜란 때의 충신 이양원(李陽元)도 의주의 선조가 요동까지 피신했다는 소식에 단식 8일 만에 순사했고 백제 충신 성충(成忠)은 의자왕에게 간하다가 투옥 28일 만에 아사했다. 모두가 죽음을 불사한 단식 충신들이다.

1주일이나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다면 문재인 그의 입에 혹시 거미줄이 쳐져 있는 건 아닐까. 하긴 breakfast(아침식사)라는 말 자체가 '단식(fast)을 깨뜨린다(break)'는 말이니까 인간 누구나 밤새 단식한다는 거 아닌가. 어쨌든 단식도 아니고 마실 거 먹을 거 다 마시고 먹는 속이기 변태 '연식(延食) 쇼'는 냉큼 그만두는 게 좋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