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곁에 있는누구나 구세주 될 수도
서툴러도 심폐소생술은 꼭 해야합니다

두 팔 곧게 펴고 어깨의 힘으로만 압박
늑골 부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하세요
그래야 멈춘 심장 다시 뛸 수 있습니다



# 서툴러도 반드시 배워라


 지난 2008년과 2010년, 지난해까지 무려 세 차례에 걸쳐 하트세이버로 인정받은 주 소방교는 심정지 환자 구조·구급에 있어서는 베테랑 소방대원이다.

하트세이버란 심정지 또는 호흡 정지로 죽음의 위험에 놓인 환자를 심폐소생술 또는 제세동기 등을 활용해 다시 살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심전도를 회복하고, 그 뒤에도 72시간 이상 살아 숨쉬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만 하트세이버라는 훈장을 달 수 있다.

주 소방교는 과거부터 사람 살리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싶었다고 말한다. 주 소방교는 "심정지나 호흡정지 환자에게는 대원은 물론 곁에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들도 구세주가 될 수 있다"며 처음 하트세이버로 선정된 날을 떠올렸다.

당시 한 50대 남성이 갑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울며불며 구조대원을 기다리던 아들에게 주 소방교는 천천히 심폐소생술에 대해 설명했다. 아들은 주 소방교의 지시대로 움직였고, 심폐소생술은 성공했다.

곧 현장에 도착한 대원들이 제세동기로 호흡과 맥박을 살려냈고, 병원으로 이송된 이 남성은 며칠 뒤 아들을 껴안을 수 있었다.

이 부자는 다시 센터를 찾아왔다. 아들은 "평소 심장질환이 있는 아버지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심폐소생술을 배워야겠다"며 주 소방교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 소방교는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심정지나 호흡 곤란 환자는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인 평균 4~6분이 지나면 뇌 손상이 시작된다. 목숨을 건져도 심각한 후유증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 곁에 있는 보호자나 목격자라면 어설프더라도 심폐소생술을 해야한다고 주 소방교는 설명한다. 다소 서툴지라도 심폐소생술을 배웠다면 당신도 누군가의 하트세이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심폐소생술, 어떻게?

심폐소생술을 할 땐 '빠르고, 강하고, 세게' 이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고 주 소방교는 당부했다.

직접 심폐소생술을 해보니 에너지 소모가 상상 이상이었다. 늑골을 부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해야만 한번 멈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다는게 주 소방교의 설명이다. 일반인이라면 이 정도 충격만으로도 늑골이 부러질 수 있지만, 심정지나 호흡정지 환자들의 경우 웬만한 충격으로는 심장을 소생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방법도 만만치 않았다. 오른손을 왼손에 포갠 채 가슴 중앙에 올린 다음 두 팔을 일직선으로 펴야한다. 팔이 아닌 어깨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어깨 힘으로만 심장을 압박해야 한다. 약 5㎝ 깊이로 1분당 100번 가슴을 눌러야 한다.

전문가인 주 소방교조차 심폐소생술을 할 때마다 땀을 뻘뻘 흘렸다. '빠르고'에 한 번, '강하고'에 한 번, '세게'에 한 번, 구호를 외칠 때마다 어깨엔 힘이 실렸다.

실제 응급 상황에선 주 소방교가 심폐소생술을 할 동안 구급차에 함께 탄 사회복무사나 다른 대원은 심전도를 확인하기 위한 전자 패드를 환자 몸에 붙인다. 환자의 심장 박동 수 등이 제대로 돌아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제세동기를 쓸 수 있게 오른쪽 가슴 위와 왼쪽 가슴 아래에 패드를 붙인다. 제세동기는 오른쪽 심장에서 왼쪽 심장으로 직접 전기를 흘려 보내는 원리로, 일반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패드를 붙이는 위치가 표시돼 있다.

모든 일련의 과정은 환자가 바닥에 누워 있는 상태나 구급대 안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4~5㎡ 남짓한 구급차 안에서 환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란 쉽지 않다. 환자 1명을 눕히고 보호자 1명이 옆에 앉으면 대원 1명이 간신히 움직일 정도의 공간밖에 남지 않는다. 대원에게 허락된 공간은 팔을 뻗어 비상 기구와 약을 챙길 수 있는 허공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비좁은 공간에서 갈림길에 선 사람들의 생사가 결정되고 있다.

/강영훈·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