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여고 야외체육 포기
일부 학교에선 주차장 둔갑
운동시설 풍부 남고와 대조
신체접촉 우려 교육 기피도


최근 여학생들의 체격이 커지고 비만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경기도내 대부분의 여자고등학교 운동장이 좁아 여학생들의 체육활동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사용하면서 학생들의 야외활동이 더욱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여자고등학교 22곳 가운데 운동장 면적이 1만㎡ 미만인 학교는 17곳으로, 이 가운데 인근 학교와 같이 사용하는 학교도 8곳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도내 여학생들은 야구와 축구 등 야외체육활동을 포기하고 줄넘기 등 공간을 적게 차지하는 종목으로 체육시간을 때우고 있다.

수원 매향여자정보고교의 5천여㎡ 운동장엔 농구대 4개, 축구대 2개가 설치돼 있지만 교직원 차량 50여대가 주차돼 있고 인근 매향중과 같이 사용하면서 학생들이 실외 체육에 제약을 받고 있다.

도내 여고 가운데 운동장이 가장 좁은 성남 분당영덕여고(1천927㎡)의 경우 운동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반면 수원에 있는 남자고등학교인 수성고는 농구대 6개와 축구대 2개, 평행봉 2개를 비롯해 실외 배드민턴장과 허리돌리기 등 체력단련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크게 대조를 이뤘다.

분당영덕여고에 다니는 김모(17)양은 "여학생들이라고 해서 모두 운동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며 "발야구같이 활동적인 종목을 하고 싶어도 운동장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더욱이 체육교사 남녀 성비가 맞지 않은 여학교에선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 종목을 꺼리고 있다. 성남여고, 안성여고, 의정부여고, 평택여고 등 공립 여고 7곳 중 4곳이 여자 정규 체육교사가 전무하다.

안양여고 체육교사 박모(50)씨는 "방송댄스와 체조 등을 할 때 자세를 교정하거나 다치지 않도록 몸을 잡아 줘야 하지만 정규 교사가 남자 2명밖에 없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소재무 건국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여학생과 남학생은 스포츠 종목에 대한 선호도나 만족도가 다르다"며 "하드웨어적인 개선이 어렵다면 뉴스포츠 등 여학생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체육교사 성비는 전근과 맞물려 임의로 맞출 수가 없다"며 "여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학교별로 다양한 종목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