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영화화 하는 것만큼 감독을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없다. 모든 사람들이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에 긴장감을 덧 씌워, 엔드마크가 나올 때까지 관객을 몰입시킨다는 것은 웬만한 감독은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세계영화사(史)는 앨런 J 파큘러의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을 지금도 언론인의 세계를 다룬 수많은 영화 중 최고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긴장감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스릴러 영화로 완벽하게 변신시켰기 때문이다. 영화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역대통령을 사임시켰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뤘다.

1972년 6월 미국 워싱턴 워터게이트빌딩 내에 입주한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서 도청장치를 갖고 침입한 다섯명의 남자들이 체포된다. 취재를 맡은 워싱턴 포스트 기자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는 이들의 심문에 참석했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단순한 절도범인줄 알았던 이들이 다름아닌 CIA, 더 나아가 현직 대통령 닉슨의 측근과 연계되어 있음을 알아낸 것이다.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파악한 편집장 벤 브래들리(제이슨 로바즈)는 칼 번스타인(더스틴 호프만)을 취재팀에 합류시키고 정보제공자 딥 스로트(할 홀브르크)의 정보를 바탕으로 세계적 대 특종을 만들어 마침내 대통령을 사임시킨다.

영화는 제작때부터 관심을 끌었다. 닉슨을 다뤘다는 점, 탄탄한 대본,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 76년 아카데미는 그러나 최고의 배우들을 모두 제치고 브래들리 편집국장 역을 밭았던 제이슨 로바즈에게 남우조연상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뉴욕비평가협회, 전미 비평가협회의 남우 조연상도 그의 몫이었다. 덕분에 그는 2회 연속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는 기록도 세우게 된다. 닉슨에게 "우리가 사랑하는 이 나라를 망치지 마"라고 하는 그의 명대사는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올리버스톤 등 여러명의 감독이 리메이크 했지만 이 영화를 뛰어 넘지는 못했다.

영화속의 실제인물인 전 WP 편집장 벤 브래들리가 타계했다.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던 그의 집념이 아니었다면 워터게이트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가 없었다면 워싱턴포스트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신문으로 탄생할 수 없었으며, 그저 평범한 워싱턴 지역신문에 머물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영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