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등 문서 많아졌는데
최근 독서 정보습득만 고집

'인문학 비실용적' 동의못해
삶의 교착상태서 찾게되고
고전에서 아이디어도 얻어


"사람다움을 온전히 실현하는 인문학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국내 대표적 문학평론가 중 한 명인 최원식 인하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30일 오후 인하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최원식 교수는 대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학생들이 종이책 외에도 전자책, 디지털 문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읽어 내는 문서의 양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 같습니다. 다만 최근 독서는 정보 습득을 위한 것이 많아요. 책 읽기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가 그 중 하나입니다. 요즘은 워낙 많은 정보를 요구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강조해요. 이것이 문제입니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간다거나 좋아하는 책이 있어서 꾸준히 읽는 이른바 '지속적인 독서'가 축소되고 있어요."

최원식 교수는 '지속적인 독서'와 '정보 습득을 위한 독서'가 정반대 성격을 가진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지속적인 독서'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나눔과 동시에 지혜를 나누는 독서의 본질이라고 한다면, '정보 습득을 위한 독서'는 아주 짧은 시간에 순식간에 소비되고 버려지는 것이다.

"지속적인 독서의 대상은 바로 인문학입니다. 인문학의 이상은 자기 안에 사람다움의 씨앗을 발견하고, 그것을 끊임없이 키워서 최고도(最高度)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되는 것이 제대로 사는 길인지, 사람다움을 실현하는 길은 어디에 있는지,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숙고하면서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 그것을 통해 함께 살아가고 실현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인지 고민하고, 토론하고, 합의하는 게 인문학입니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인문학 책을 읽고 싶어도 취업 준비 등으로 인해 시간이 부족하고,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읽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 학생들을 곁에서 지켜본 최원식 교수는 그들의 말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인문학이 '비실용적'이란 인식에는 동감하지 않았다.

"지속적인 독서를 위해선 학생들이 자기만의 고전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삶의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항상 찾아서 볼 수 있는 고전이 필요합니다. 고전이란 게 희한해서 볼 때마다 달라지고, 언제든지 새로운 것을 열어줍니다. 인문학적 고전을 읽는 그 자체로도 즐거움이지만, 실용적인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년을 맞이한 소회를 묻자 최원식 교수는 "은퇴할 때가 되니까 한국사회의 역동성이 점점 쇠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고민하고, 함께 좋은 생각을 만들고, 나누고, 실천해 역동성을 회복하는 동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