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개발사업의 대가로 기부채납되는 문화시설이 사실상 특정기업의 홍보관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1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은 지난 2011년 완공한 7천962세대의 대규모 아파트 개발사업(수원시 권선구 권선·곡반정동 일대)에 대한 대가로 수원시에 300억원 규모의 시립미술관을 건립해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현산은 시가 제공한 신풍동 부지에 내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미술관을 건축 중이다.

현산은 그러나 시립미술관 명칭을 자사 아파트 브랜드가 들어간 '(가칭)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으로 하고, 현산 설립주인 고 정세영 회장 개인 갤러리(가칭 포니정 갤러리)를 집어넣는 등 공공재인 미술관을 기업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산측은 "수원시가 먼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라는 명칭을 제안해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기부문화 확산과 기부자에 대한 배려로 기업명칭 사용을 허용했다"며 "그러나 기업홍보관으로 사용되도록 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기업에 이익을 주는 대가로 공공시설과 토지를 무상으로 받는 기부채납 행위를 기업의 순수한 기부로 왜곡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지역 문화계 인사는 "수원시민의 세금을 들여 현산 계열 미술관을 운영하는 꼴"이라며 "시립미술관에 특정기업 설립주의 갤러리가 들어서는 것도 언어도단"이라고 분개했다.

이윤숙 대안공간 눈 대표는 "수원을 상징하는 시립미술관에 수원을 상징하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SK건설이 준공해 수원시에 기부채납한 '수원SK아트리움'도 기업명이 붙어 논란이 일었다.

SK건설은 수원 정자동 SK스카이뷰 아파트 개발사업과 관련 수원시에 SKC 공장부지를 기부채납한 뒤 해당 토지에 300억원 규모의 공연시설을 건축해 시에 기부했다. SK건설 관계자는 "수원SK아트리움은 토지를 기부채납하고 건물은 기부한 사례로 기업명 사용을 수원시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양훈도 소장(한벗연구소)은 "공공 문화시설은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기부채납되는 '수원SK아트리움'과 '(가칭)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수원시민의 혈세로 운영된다. 수원문화재단은 내년 수원SK아트리움 운영비로 21억원을 시에 요청했다.

/유은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