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맞벌이, 저소득, 한부모 가정의 초등학교 1·2학년 자녀를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을 지원하는 ‘초등돌봄교실’이 시행 1년만에 시설확충을 위한 예산지원이 중단돼 반쪽짜리 제도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추가 시설을 확보하지 못한 지자체마다 우선 지원대상인 맞벌이·저소득 가정의 자녀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복불복식’ 추첨으로 혜택을 줘 학부모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3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해 사교육비 경감과 무상복지 차원으로 초교 1·2학년 자녀를 둔 가정이 희망할 경우 방과후부터 오후 5시까지 학교에서 학생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초등돌봄교실’을 시행했다.

시행 첫해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을 통해 학교별로 돌봄교실을 설치할 수 있는 유휴교실 확보와 온돌설치 등 시설비를 지원했고, 올해 시설확충을 위한 추가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도내 지자체는 지난해 운영된 돌봄교실의 교사 인건비와 운영비 등으로 537억원을 학교 등에 지급했고, 올해에도 지자체별로 비슷한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하지만 올해 돌봄교실 지원 도내 학생은 7만1천명으로 지난해 5만8천명에서 1만3천명이나 늘어나 돌봄교실이 턱없이 부족해 졌다. 현재 도내 돌봄교실은 1천192개교에서 2천678실을 운영, 5만9천여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교육부는 매년 돌봄교실 확충을 위한 시설비 추가 지원 약속을 어긴채 올해 지원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학교마다 우선 대상자인 맞벌이 가정 등의 자녀도 수용하지 못하고 추첨을 통해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실제 안양의 한 초등학교는 돌봄교실 1실을 운영해 22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으나, 50여명이 신청해 최근 추첨을 통해 맞벌이 가정 자녀 20여명을 탈락시켰다.

성남의 한 초등학교도 45명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2개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90여명이 신청하면서 절반 가량을 수용하지 못하는 등 도내 돌봄교실을 운영하는 학교마다 탈락사태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 이모(37·여)씨는 “올해 입학하는 쌍둥이를 돌봄교실에 보내려고 했는데 모두 탈락해 학원으로 보내게 됐다”며 “교육청에 민원도 넣었는데 정부지원이 끊겨 어쩔 수 없다는 소리만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올해 교육부의 시설비 지원이 없어 돌봄교실 수를 늘릴 수 없다”며 “돌봄교실은 온돌방으로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시설확충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