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여년간 한국 작가 46명 작품 소장
인천 한국근대문학관에 60점 전시중
인천시 중구에 있는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서정주, 박경리, 고은 등 우리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46명의 시와 소설 등 육필 원고 60점을 선보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흔히 보기 힘든 이 원고들은 평생을 기자와 편집인, 문인 전문 사진가로 활동해온 인천 출신의 김일주(73·본명 김태영·사진) 작가가 수집한 것이다. 지난 24일 문학관에 전시된 원고들을 둘러본 김 작가는 “이처럼 영광스러운 일이 내 생애 또 있겠냐”며 흐뭇해 했다.
그가 육필 원고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문학잡지 ‘현대문학’의 추천으로 등단해 1966년 인천 지역신문에 문화부 기자로 입사하면서 부터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저 문인들의 육필 원고가 신기해서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독서신문’, ‘문학사상’, ‘세대’, ‘한국문학’, ‘인물계’ 등을 차례로 거쳤는데, 문인들의 원고가 출판과정에서 버려지는 것이 그저 안타까워 집에 가져다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주섬주섬 모으기 시작했어요. 나도 문인이어서 그랬는지 원고지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이 있었나 봐요. 공들여 쓴 원고지가 그냥 버려진다는 것이 왠지 모르게 맘이 편하지 않았죠.”
한국에서는 아직 문인들의 육필 원고가 소중하게 다뤄지지 않고 있다.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작가들의 손글씨가 담긴 원고들을 제 값어치를 따져 전문 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만약 내가 일본이나 영국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이 대가들의 원고를 만져볼 기회도 없었을 거예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문인들의 육필 원고에 대접을 해주지 않으니 나한테까지 차례가 오게 된 거죠.”
지난해 그가 기탁한 원고가 이삿짐 포장 상자로 30개 분량인 5천600여 점이다. 꼬박 1년여의 분류 작업을 거쳐 이번 전시가 이뤄졌는데, 아직도 그의 집에는 공개되지 않은 소중한 자료들이 많이 남아있다.
그가 문인 전문 사진작자로 일하던 시절 촬영한 문인들의 사진과 각종 기념식·행사장의 모습이 담긴 필름과 녹음 테이프 등의 자료는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것들이다. 칠순을 넘긴 그의 마지막 소망은 이 소중한 자료들을 그의 손으로 직접 정리하는 일이다.
“빠른 시일 안에 이것들을 정리할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내가 저질러 놓은 일이니 내 손으로 직접 마무리 지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래야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