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주는 ‘사랑의 다리’
다다익선으로 눈앞 효과만
보려는 기부 유도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운동이기에
정치인에게도 그뜻 알리고 싶어
“남에게 선행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기쁨입니다. 그것은 그렇게 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합니다.” 조로아스터가 한 말입니다.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아무리 눈코 뜰 새 없이 바빠도 그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한 국가의 발전은 경제소득이 얼마인가에만 달린 것이 아닙니다. 특히 사회의 공익을 위한 자원봉사와 기부행위가 사회발전을 위한 중요한 문화 척도입니다. 최근에 이러한 활동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도 선진국의 수준에 비해 뒤처지고 있습니다. 기부와 나눔이 감성적 차원의 일시적 참여나 보여주기식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공익적인 정신이 생활 속에 잠재되어 행동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나눔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입니다.
경기적십자는 나눔을 이어주는 ‘희망나눔명패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희망풍차’는 희망의 에너지를 만드는 적십자의 새로운 바람입니다. 희망풍차의 네 날개인 저소득 아동, 노인, 북한이주민, 다문화가족에게 봉사원 두 명이 한 가족과 결연이 되어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지원합니다. 이들 4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기 위한 맞춤형 통합서비스입니다. 새로운 나눔문화를 만들어가는 국민참여 캠페인입니다. 매월 3만원 이상 정기후원자에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후원자’임을 표시한 다양한 형태의 ‘희망나눔명패’를 달아드리는 캠페인입니다. 현재 경기도 출신 국회의원 29명이 참여해 주셨습니다. 비례대표의원을 포함한 58명 전원을 대상으로 추진 중입니다. 의원회관에 명패를 달기 위해 나설 때 하나같이 사람의 가슴 속을 확 열어 주는 것과 같은 감동을 받습니다.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 나눔·베풂이 가진 에너지의 파장이 가장 크기 때문인 듯합니다. 기부나 나눔은 오직 마음이 지어내는 것입니다. 마음의 평온함이 아름다운 대지를 이룹니다. 기쁜 마음이 사람 사이의 온정과 자애를 자아냅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복지예산을 지속해서 확대하는 등 저소득층 취약계층 삶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힘으로 해소하기 어려운 복지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를 위해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이 중요합니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수준 20%대에 있는 국민의 기부노력이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소득수준 90%대 국민의 경우 기부노력 정도가 가장 낮았습니다. 고소득층의 기부를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개인 기부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핵심과제임을 보여줍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실천모형을 만들어 내고, 그러한 존경받는 모형들을 우리 사회에서 이끌어내고 확산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나눔은 규범과 모형에 의해서 확산되고 심화되기 때문입니다.
경기적십자는 ‘희망페스티벌’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나눔체험을 통한 나눔습관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나눔은 행동을 통해 뇌에 보존되는 습관입니다. 나눔 행동을 어려서부터 교육이나 체험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일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기부는 세금과 달리 시민들의 자발적 행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사회통합에도 기여합니다.
식물은 물과 햇빛을 필요로 합니다. 물은 물질적인 양분이고 햇빛은 비물질적인 양분입니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뤄야 식물이 잘 자랍니다. 사람도 조직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명패달기를 통한 기부나 나눔은 물질적 양분입니다. 사회적공감대는 비물질적 양분입니다.
희망나눔명패달기는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당장의 효과만을 노리는 기부 유도보다는 미션과 가치를 중요시 하는 캠페인입니다. 그간 주로 시민만을 대상으로 벌여온 캠페인을 정치지도자에게도 그 뜻을 알려 적십자가 추구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인도주의사업’을 펼쳐가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