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로드맵 깔아주는 대안학교, 대학서 다차원적 평가를"
"진로 프로그램 덕에 미래 고민·대학 진학"
'체험·적성 위주 수업' 학교 관계자들 모여
무의미한 인성 교육·수능의 문제점 지적
'학생부 교과전형 지원 불가' 어려움 호소
경기도교육청이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대학입시 제도 개혁을 위해 도내 대안학교 관계자들과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인 정책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도교육청은 대입 제도 개혁 관련 학교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지난 27일 수원 대명고교에서 '대안학교 교사 및 졸업생과의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태희 도교육감은 지난 7월30일 도교육청에서 열린 미래 대입 개혁을 위한 특별전담기구 첫번째 협의회에 참석했을 당시 "대입 제도가 바뀌어야 진정한 교육의 혁신, 우리가 지향하는 미래교육이 가능하다"며 "수십 년 간 조준하지 못한 대입 문제를 정조준해 한국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울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임 교육감이 연일 강력하게 대입 제도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함에 따라 도교육청은 전담 기구까지 만들며 대한민국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는 도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와 교육복지과 대안교육팀이 협업해 추진했다. 대안학교와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관계자들이 참석해 향후 대입 제도 변화의 필요성, 대안학교 특색 프로그램 공유, 대안학교 학생들의 대입 준비 방법 등에 대해 논의를 이어갔다.
대안학교는 '초·중등교육법'에 규정된 학교의 한 형태로 체험 교육과 적성 개발 위주의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하는 학교다. 또 대안교육 특성화학교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근거해 자연 현장실습 등 체험 위주의 교육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고등학교를 뜻한다.
이번 토론회에는 광성드림학교(고양), 중앙예닮학교(용인), 노비따스음악중고(가평), 군서미래국제학교(시흥) 등 4개 대안학교와 대명고(수원), 이우고(성남), 두레자연고(화성) 등 3개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등 총 7개교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도교육청은 일반 학교와 달리 특색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도내 대안학교와 대안교육 특성화학교 관계자들로부터 대입 제도 관련 목소리를 듣는 것이 향후 제도 개혁의 방향성을 잡는 데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토론회에서는 현재 대입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비판 의견이 주를 이뤘다.
두레자연고 관계자는 "인성교육을 강조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한 봉사활동은 대입에 의미가 없어 모순적인 상황"이라며 "고등학교에서 자신의 특성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성드림학교 관계자는 "우리는 수능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에서 지내왔고 같은 기준으로 바라봐야 공정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학생을 평가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만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명고 한 학생 역시 "10대에 배운 것을 수능이라는 시험으로 하루 만에 평가받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이 현행 대입 제도 아래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중앙예닮학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입에서 학생부교과전형을 지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원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군서미래국제학교 관계자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고교 정보를 가리는 블라인드 처리를 하지만, 교육과정을 보면 특목고인지 알 수 있고 동아리 활동 내용을 통해 학생의 지역이 나타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이 학교에서 경험한 것을 대학들이 내실 있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우고 관계자는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 제시한 목표나 인재상이 대안학교가 추구하는 것과 일치한다"며 "교육과정에서 경험하고 성장한 것을 내실 있게 평가하는 능력을 대학들이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예닮학교 관계자는 "정시에서도 학생의 학교생활에 대해 평가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대안학교 졸업 이후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들이 진학 방법 등을 설명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광성드림학교 졸업생은 "진로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고 학년별로 연계가 되면서 천문학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생겨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대학에 입학해서는 고등학교 때 했던 발표 수업과 조별 활동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중앙예닮학교 졸업생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던 제가 진로 로드맵 프로그램과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다"며 "특히 보고서를 반복해서 쓰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대학에 진학해서도 조별 활동 등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토론회에 참여한 학교 관계자들은 각 학교의 특색있는 교육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중앙예닮학교 관계자는 "1인 1악기 연주를 통해 오케스트라 연주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인문 소양을 위해 100권의 책 읽기 활동도 한다. 태권도, 펜싱, 국궁 수업 등 체육 관련 수업도 운영 중"이라고 했으며, 노비따스음악중고 관계자는 "학생들이 외부 연주를 직접 할 수 있는 진로 체험이 있어 연주자의 과정을 미리 이해할 수 있는데, 기업의 후원을 통해 해외 음악캠프도 진행하다보니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이진희 도교육청 진로직업교육과 장학관은 "이번 토론회는 미래 대입 개혁에 대한 교사, 학생,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했다"며 "아래에서 제안된 정책이 위로 전달돼 교육의 변화가 일어나길 바라고, 이 같은 여론 수렴의 자리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도교육청은 IB학교 교사와의 토론회, 진학지도교사와의 토론회, 대학 입시 개혁을 위한 좌담회 등을 운영하며 제도 개혁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다.
/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