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노인도 면허 없이 살고 싶다

(上) 이들이 운전대를 놓지 못하는 이유


다리 아파 버스 오르내리기 부담
빨리 타라 눈치주는 기사·승객들
이용할 대체 교통수단 부족 목청

포천군 신북면 신평1리 주민들이 마을 노인 회장 지배근씨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포천군 신북면 신평1리 주민들이 마을 노인 회장 지배근씨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24.11.4 /독자 제공

포천시 신북면 신평1리 경로당엔 어르신들 전용 운전기사가 있다. 마을 노인회장이기도 한 지배근(78)씨다. 운임비는 무료.

대부분 80세 이상인 고객들의 행선지는 병원이나 마트다. 경로당에 항시 대기하는 지씨에게 요청이 들어오면 자가용으로 어르신들을 모셔 나른다. 사실 지씨의 나이도 여든에 가깝다. 그럼에도 지씨는 "평생 안경 한 번 안쓸 만큼 시력이 좋고 건강에도 문제가 없다"며 "운전 실력엔 전혀 걱정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른 걱정 거리가 있다. 얼마 전부터 "고령 운전자는 교통 사고 위험이 커서 면허를 서둘러 반납해야 한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이젠 면허를 반납해야 하나 고민도 되지만, 발이 묶일 어르신들을 생각하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 곳곳엔 지씨와 같이 운전면허를 반납하려 해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상당수다.

4일 오전 신평1리 경로당 앞에서 만난 지씨는 "(마을에) 지하철은 고사하고 30분에 한 번 마을버스가 전부인데, 이마저도 저상버스가 아니라서 어르신들이 타고 내리기엔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안산에서 만난 직장인 서모(73)씨도 65세를 훌쩍 넘겼지만,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 그는 "가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버스를 타고 내릴 때 너무 높아 불편했던 적이 많다"며 "또 차로 10분이면 오갈 거리인데 버스나 지하철로 30~40분이나 걸려 체력적 피로도가 너무 크다"고 털어놨다.

수원에 거주하는 박모(76)씨는 "다리가 아파서 버스에 오르내릴 때 한참 걸리는데, 타자마자 버스가 출발해서 넘어질 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간혹 빨리 타라고 눈치 주는 버스 기사나 손님도 있어 그럴 땐 정말 버스를 타기 싫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령운전자 면허갱신 교육 현장.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하면서 조기반납에 대한 요구는 커지지만 마땅한 대체 교통수단은 부족한 상황이다. 사진은 고령운전자 면허갱신 교육 현장. /경인일보DB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인명피해가 잇따르며 고령 운전자의 운전면허 조기 반납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지만, 이들이 운전대를 놓고도 이용할 대체 교통수단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이동권과 고령 운전자 사고 예방 모두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면서도 "자가용 대신 이동권을 보장할 방안을 고민해 고령자 운전 유인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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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강·마주영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