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포트·록캠프·버텀라인 등서 17팀 공연

굴포문화마루·상설무대 버스킹 뮤지션에 단비

‘페스티벌’ 절정… 밴드 주목 토크콘서트도

지난 8월 30~31일 부평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린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공연.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8월 30~31일 부평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린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공연.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애스컴(ASCOM) 시티’라 불린 거대한 미군기지와 기지촌이 있었던 인천 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사의 변환점 역할을 한 음악도시였다. 그 역사적 자원을 계승한 오늘날 부평은 실핏줄처럼 곳곳에 퍼져 나간 대중음악 콘텐츠와 공연으로 도시를 채워 새로운 음악도시를 가꾸고 있다.

과거 미군기지와 주변 클럽에서 공연하기 위해 전국의 가수와 연주자들이 부평으로 모였듯, 오늘날 뮤지션들도 각종 음악사업과 공연에 참여하고자 부평으로 다시 모이고 있다.

시민들도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음악이란 문화 자원을 향유하고 있다. 2021년 1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문화도시부평’ 사업으로, 부평구문화재단이 4년에 걸쳐 주력한 ‘음악도시 브랜드’ 구축의 성과다.

어떠한 정책과 사업들이 부평에 음악도시란 이름을 되찾게 했을까.

지난달 12일 인천 부평구 인천나비공원에서 클래식 연주팀 ‘르아또 뮤직’이 ‘뮤직 플로우 부평’의 일환으로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달 12일 인천 부평구 인천나비공원에서 클래식 연주팀 ‘르아또 뮤직’이 ‘뮤직 플로우 부평’의 일환으로 야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뮤지션에게 무대를, 시민에게 음악을

지난달 4일 오후 7시 30분 부평 테마의거리에 있는 소공연장을 갖춘 펍(Pub) ‘트라이포트’를 찾았다.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음악창작소의 ‘지역 뮤지션 음반 제작 지원 사업’에 참여했던 이찬주, 박민혁, 더 웜스가 출연한 ‘뮤직 플로우 라이브 클럽’ 공연이 있는 날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찬주와 박민혁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기타를 연주하며 감성적인 목소리로 자작곡을 불렀다. 이어 실력파 컨트리 밴드 더 웜스가 트라이포트를 발칵 뒤집을 것 같은 신나는 공연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었다.

지난해 지역 뮤지션 음반 제작 지원으로 탄생한 더 웜스의 ‘Octave Love’도 라이브 공연으로 들을 수 있었다. ‘옥타브(Octave)’와 발음이 비슷한 옥탑방의 ‘옥탑’을 활용한 재치 있는 가사가 귀에 쏙쏙 박혔다.

부평구문화재단은 지난 9~10월 ‘뮤직 플로우 라이브 클럽’을 부평구의 트라이포트와 록캠프뿐 아니라 중구 버텀라인과 공감, 미추홀구 노크 등 타 지역 클럽에서도 진행했다. 문화도시부평 사업을 거쳐 간 총 17개 팀이 무대에 섰다. 클럽 공연뿐 아니라 지난 8~9일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올해 음반 제작 지원 뮤지션 13개 팀의 연합 쇼케이스 행사가 열렸다. 부평 지역에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이들에게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굴포문화마루, 부평 문화의거리 상설 무대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꾸준히 개최한 ‘뮤직 플로우 부평’ 프로그램도 있다. 지역에서 발굴한 뮤지션에게 공연 기회를, 시민들에겐 일상에서 늘 라이브 음악을 접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구조다. 유튜브에서 유통할 뮤직비디오나 라이브 영상 등 ‘뮤지션 영상 제작 지원 사업’도 뮤지션들에게 단비 같은 사업이다.

지난 8월 30~31일 부평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린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현장에서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8월 30~31일 부평아트센터 일대에서 열린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현장에서 행사를 즐기는 시민들 모습.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클라이맥스,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

해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문화도시부평의 음악 사업을 한데 모아 축제로 결합하는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이 클라이맥스다. 올해는 지난 8월 30일과 31일 부평아트센터 일대에서 개최했다.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은 애스컴 시티로부터 흘러온 부평의 대중음악 역사를 재조명하고, 과거와 현 시대를 잇는 음악 축제다. 지역 뮤지션과 동시대가 주목하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펼쳤다.

올해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은 애스컴 스테이지와 뮤직 스테이지로 나뉘었다. 부평구문화재단이 애스컴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수집한 기록물을 토대로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음악 공연을 교차하는 방식의 애스컴 스테이지에 윈디시티,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가 출연했다.

뮤직 스테이지는 장기하, 바밍타이거, CHS, 힙노시스테라피, 불고기 디스코, 더 웜스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했다. 대규모 유료 음악 페스티벌 못지않은 규모와 출연진을 갖춘 공연을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했다.

‘2024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에선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LIAK)와 협력해 학술·비즈니스·네트워킹을 위한 ‘뮤직 플로우 포럼’도 진행했다. 국내외 인디음악산업 관계자들이 연대·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토론을 벌이는 등 공연 중심의 행사에서 벗어나 페스티벌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지난 6월 22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애스컴 아카이브 토크 콘서트 ‘도시, 음악을 기록하다’에서 공연하고 있는 한국 인디 1세대 ‘노브레인’.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지난 6월 22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애스컴 아카이브 토크 콘서트 ‘도시, 음악을 기록하다’에서 공연하고 있는 한국 인디 1세대 ‘노브레인’. /부평구문화재단 제공

3년 동안 진행한 애스컴 아카이브는 지난 6월 별도의 토크 콘서트를 열어 시민들과 그 성과를 공유했다. 2022년은 1950~1960년대, 지난해는 1970~1980년대를 조명했고, 올해는 1990년대~2000년대 밴드 음악을 주목했다. 한국 인디음악 1세대 노브레인, PNS와 크랙샷이 올해 토크 콘서트에 참여했다.

부평구문화재단 관계자는 “도시의 음악 역사 자원을 활용한 공연으로 음악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며 “애스컴 아카이브, 지역 뮤지션 지원 사업 등 흩어져 있던 음악 사업을 ‘뮤직 플로우 페스티벌’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해 음악 브랜드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우리 씬에선 부평은 음악도시”

음반제작 지원받은 컨트리 밴드 ‘더 웜스’

지난달 4일 인천 부평구 트라이포트에서 만난 컨트리 밴드 ‘더 웜스’. 2024.1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지난달 4일 인천 부평구 트라이포트에서 만난 컨트리 밴드 ‘더 웜스’. 2024.11.4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음악씬에서 부평은 음악도시 브랜드를 굳혔어요.”

지난달 4일 인천 부평구 트라이포트에서 열린 ‘뮤직 플로우 라이브 클럽’ 공연현장에서 만난 컨트리 밴드 ‘더 웜스’의 리더 김기미씨는 국내 대중음악업계 분위기를 전달하며 이같이 말했다. 더 웜스는 부평구문화재단과 인천음악창작소의 ‘지역 뮤지션 음반 제작지원사업’으로 지난해와 올해 각각 싱글과 EP 앨범을 제작했다.

김기미씨는 “우리 팀 음악이 어쿠스틱 악기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아날로그의 섬세한 느낌을 살리길 원했다”며 “이번 지원사업으로 좋은 스튜디오에서 제대로 된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고 했다.

더 웜스는 국내에선 다소 낯선 컨트리란 장르에 해학과 풍자를 담은 ‘한국식 매운 맛 컨트리’를 지향하는 밴드다. 특히 라이브 실력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 웜스 멤버 머플리는 “우리 팀의 최대 장점은 라이브”라며 “부평에 라이브 공연을 가질 기회가 많이 마련돼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김기미 씨는 “EP 앨범 발매 후 인천과 서울 쪽 클럽 투어 공연을 할 계획”이라며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하는 기획 공연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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