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도시역사관 인문학 강연
“인천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성장한 도시”
오일쇼크-3저호황 등 사회경제적 상황에
자동차 디자인 패러다임도 변화
“인천은 국내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성장해왔습니다. 인천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국지엠 역시 정말 중요한 회사입니다.”
13일 인천도시역사관에서 ‘도시학당- 탈 것, 그 이상의 자동차’ 인문학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의는 지난 12일부터 도시역사관에서 운영 중인 ‘인천 자동차 40년-마이카로의 여정’ 특별전과 연계해 다음 달 4일까지 주 1회 열릴 예정이다.
이날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구상 교수는 ‘디자인으로 보는 한국 자동차 개발 역사’를 주제로 2시간 동안 강의를 진행했다. 구 교수는 “인천은 근대 자동차산업사에서 중요한 도시”라며 “1955년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된 ‘시발자동차’를 비롯해 오랜 자동차 생산 역사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구 교수는 20세기 중후반 자동차 디자인의 변천사를 당대의 사회경제적 흐름과 연결지어 설명했다.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태동하던 1960년대 당시 미국과 유럽은 각각 대형차와 고성능차를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었는데,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화려한 외관의 대형차들이 생산됐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발생한 두 차례의 오일쇼크 영향으로 자동차 디자인의 패러다임도 큰 변화를 맞았다. 자동차 기업들은 차량의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공기저항을 덜 받는 차체 개발에 나섰고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지닌 소형차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제 소형 세단이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면서, 당시 인천 부평에 터를 잡고 있던 신진자동차도 도요타와 이스즈 등 일본 기업과 제휴해 ‘뉴 코로나’와 ‘제미니’ 등 소형 세단을 생산했다.
오일쇼크 위기를 넘기고 ‘3저 호황’을 맞은 1980년대에는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종류도 다양해졌다. GMK(제너럴모터스코리아)와 새한자동차를 거쳐 대우자동차를 새 주인으로 맞은 부평공장에서도 소형세단 ‘르망’과 중·대형 세단 브랜드인 ‘로얄 시리즈’가 대량 생산됐다. 여가 목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놓은 것도 이 무렵이다.
구 교수는 “1986년 GM과 대우차가 ‘월드카’ 전략을 내세워 출시된 르망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드림카로 여겨지던 모델”이라며 “1가구 1차량 시대가 열리던 시절 대우자동차의 차량이 많은 인기를 끌었고, 인천도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성장했다”고 했다.
세계 5위권 규모로 성장한 한국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국의 도전을 받고 있다. 1990년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가성비’를 앞세워 급성장했는데,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를 앞세워 똑같은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다. 구 교수는 “20세기 말만 해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유럽의 주요 업체에 인수·합병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으나 독자적인 기술력과 디자인 철학을 앞세워 글로벌 기업으로 떠올랐다”며 “다만 중국이 전기차를 앞세워 경쟁력을 올리고 있다는 점은 한국 기업들에 위협 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이제는 자동차의 성능보다 브랜드, 그중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중시되는 시대”라며 “인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자동차를 생산한 도시라는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이곳에 자리한 한국지엠의 역할도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