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25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길을 옮기고 있다. 2024.10.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 상권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역내총생산(GRDP) 대비 인천 시민들이 다른 지역에서 소비한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는 '역외소비 유출률'은 2022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두 번째로 높은 37.8%를 기록했다. 이 같은 역외소비 유출은 인천경제의 해묵은 과제로 꼽혀왔는데, 코로나19 유행으로 증가한 온라인 소비가 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이후 소비구조는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인하대학교 소상공인센터에서 한 신용카드 결제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온라인 결제 비율이 2019년 0.2%에서 2023년 17.3%로 높아졌다. 의류와 화장품, 가전제품 등 인천지역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던 상품의 소비 패턴이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서울에 본사를 둔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인천과 서울 간 교통 인프라가 확충되는 것도 인천 상권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인천에서 타 지역 소비 유출이 상대적으로 적은 남동구와 연수구도 GTX B노선이 들어서면 유출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지역은 대형 쇼핑몰과 백화점 등이 있어 인천의 소비 유출을 막고, 경기 시흥과 안산 등 인접 지역의 소비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GTX B노선이 송도국제도시를 기점으로 인천시청역과 부평역을 거쳐 가면 이마저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구 청라국제도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서구는 인천 10개 군·구 가운데 역외소비 유출률이 2022년 기준 38.6%를 기록해 부평구(40.7%) 다음으로 높은 지역이다. 청라의 상권은 현재도 침체 중인데 2027년 7호선이 연장 개통되면 역외유출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하철과 GTX 등 교통 인프라의 확충은 역외소비 유출 증가로 인천시 신도심의 베드타운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역외소비 유출 증가는 상권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지역 내 소득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지역화폐(인천e음)와 연계한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도를 높이고, 타 지역 소비를 인천으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주거와 일자리, 교육, 문화, 병원과 소매시장 등의 생활 요건을 갖추어 도시의 자족성과 생활 완결성을 높일 종합 대책을 세우고 과제별로 해결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