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방공기업이 관할지역 외에서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입법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서울과 맞닿은 경기도의 경우 지역 특수성을 감안하지 못한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위한 입법'이라는 우려가 크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기업의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지자체 간 상호 협의를 거친 경우, 관할 지역이 아닌 타 지역에서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지방공기업법' 및 '지방출자출연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30일 국회에 제출했다. 행안부는 서울시와 삼척시의 골드시티 조성 등 협력사업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자치를 역행하고 설립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거세다. 국회 의결을 앞두고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반대 의견을 공식 전달한 이유다.
지방공기업의 관할 지역외 사업은 우선 지자체의 자치 권한을 침해하고 지자체 간 사무 배분의 기본 원칙에도 어긋난다. 지방공기업은 설립된 지자체의 주민들을 위해 운영돼야 하며 주민 복리 증진이라는 공익적 가치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타 지자체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수익성이 높은 지역의 개발이 우선될 수밖에 없어 설립 목적이 훼손된다. 관할구역 외 지역 개발사업으로 얻게 되는 이익도 해당 개발지역 주민에게 재투자 되지 않고 외부 유출될 우려가 크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3기 신도시, 공공재개발, 도시개발사업, 산업단지 조성 등 각종 사업 수요가 큰 지역으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주도하면 된다. 반면에 그린벨트 외에 사실상 신규 개발수요가 없는 SH는 관할지역 밖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말 SH는 3기 신도시 사업 참여 의사를 제기해 논란이 커진 바 있다. 자산 규모가 27조원에 달하는 SH의 경우 사업 추진에 따른 부채 비율 상승폭이 낮아 타 지역 사업에 뛰어들 경우 다른 지방개발공사보다 유리하다. 부채 규제 등으로 지방공기업의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익부 빈익빈' 쏠림현상도 우려된다. 이렇다보니 SH만을 위한 개정이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자체 간 '협의' 부분도 애매하다. 행안부가 지자체 간의 찬성, 반대 여부를 판단하는 등 협의 과정을 중재한다고 하지만 분란의 소지가 크다. 지방공기업들이 지역 내에서 경쟁력을 갖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방공기업의 취지는 명확하다. 공익적 가치 추구, 해당 지역 주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설립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