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로 엿본 ‘경기사대부의 정신’

 

송시열 초상화 중심 홍직필 학문 탐구

지역 명문가의 출토 심의·지석 등 소개

송시열의 초상. /경기도박물관 제공
송시열의 초상. /경기도박물관 제공

경기도박물관에서 경기지역 명문가들이 보관해 온 초상화와 복식 유물 등을 만날 수 있는 기증특별전 ‘巖巖汪汪: 만 길 벽, 천 이랑 바다’를 선보인다. 보물 2점을 포함해 10여 점의 기증품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경기도박물관이 초상화와 복식 유물의 연구와 전시에 특화된 박물관으로서 새롭게 도약하는 시작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시 제목 ‘巖巖汪汪(암암왕왕)’은 조선 후기 학자 홍직필이 우암 송시열의 초상화를 묘사한 글에서 유래한 것으로, 홍직필은 송시열의 학문적 깊이와 인격적 높음을 “길 벽처럼 드높고 천 이랑 바다처럼 드넓다”고 표현했다. 전시는 이러한 경기사대부의 정신이 담긴 유물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

전시 1부에서는 조선 후기 성리학자인 송시열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그의 후계자인 홍직필의 기증품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학문과 삶을 조명한다. 홍직필은 조선 사상사에서 중요한 ‘호락논쟁’과 관련된 낙론 학파의 인물이다. 전시는 그와 송시열 사이의 학문적 연계를 탐구하는 의미를 갖는 동시에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현실을 인식하고 사유한 방식을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경기도 지역 명문가들의 기증 유물을 통해 경기사대부의 철학과 삶을 돌아본다. 이 섹션은 성재 허전의 초상, 김확의 무덤에서 출토된 심의, 유한갈의 지석 등을 소개한다. 성재 허전의 초상화는 조선 후기 사대부 초상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그의 학문적 업적과 인품을 담고 있다. 심의는 사대부의 일상복으로 김확의 심의는 조선 사대부들의 복식 문화와 정신을 보여준다. 유한갈의 지석은 사대부의 생애와 죽음에 대한 철학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유한갈의 ‘18세기 지석’. /경기도박물관 제공
유한갈의 ‘18세기 지석’. /경기도박물관 제공

이번 전시는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무장애 전시를 표방한다. 전시는 촉각 전시물과 수어 영상, 음성 해설 등을 다채롭게 활용해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부대 교육과 행사도 예정되어 있는데, 매일 사전 예약과 현장 신청을 통해 정기 전시 도슨트 투어를 운영한다. 또 장애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 ‘박물관 유물 속 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문가가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특강도 준비 중이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기증된 유물 속에 담긴 조선 사대부들의 학문적 열정과 철학을 조명한다”며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유물에 담긴 의미와 기증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