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뱀의 해’ 함께 할 품격… ‘K-컬처 원조’ 조우하다

 

500년간 고려청자 생산… 200곳 청자요지 보존

강진 고려청자 요지 출토된 유물 800점 전시

제작과정 총망라 디오라마 재현 전시물 유익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박물관 체험시설

‘개성 출토 고려청자’ 주제 3월9일까지 특별전

‘…반값여행’ 연계 청자축제 2월22일부터 열려

매년 청자축제가 벌어지는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 일대의 야경이 아름답다. /강진군 제공
매년 청자축제가 벌어지는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 일대의 야경이 아름답다. /강진군 제공

몸과 마음을 움츠러들게 하는 계절이다. 겨울의 색은 흰색, 하얀색 눈이 온 세상을 압도해서다. 하지만 찬찬히 보면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황량한 들판 검붉은 색의 대지와 한나절 온기를 전하는 햇빛은 황색과 백색을 모두 머금고 있다. 그뿐인가. 붉게 타오르는 불꽃, 그 속에서도 재가 되지 않고 기어코 단단해진 몸으로 탄생한 청자의 푸른색 특유의 비취색도 있다.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 ‘오방색’, 우리 민족 자연을 담은 색이자 생활의 색이다. 이렇듯 우리 주변은 하나의 색이 압도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때론 돋보였다가도 어우러지며 자신을 낮추기도 한다. 이것이 세상의 이치이고, 아름다움을 찾는 예술의 원리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연의 빛깔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실컷 즐기고, 이를 통해 생기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청자골 강진 만한 곳이 없다.

청자 상감 매로학접문 사이호.
청자 상감 매로학접문 사이호.

청자의 고향 강진은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500여 년간 비색의 고려청자를 생산했던 곳으로 현재 200여 개소의 청자요지가 집중적으로 보존돼 있다. 청자를 빚기에 최적인 기후와 흙의 성질이 이곳을 청자 요지로 이끌었다. 우리나라 국보,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의 80%가 강진에서 생산되었을 정도로 고려청자 문화의 중심지였으며, 고려왕실의 유일한 관요였던 고려청자의 성지다.

고급 청자가 만들어졌던 대구면 사당리에 있는 고려청자박물관은 고려청자의 발생과 발전, 쇠퇴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세계에서 청자를 가장 먼저 만든 중국인마저 천하제일이라 칭송한 고려청자의 파란만장한 역사가 박물관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려청자박물관 소장유물은 6천561점에 이른다. 완품이 195점, 도편이 6천366점이다. 특별전시실과 기획전시실, 2층 상설전시실 및 수장고를 갖추고 있다.

‘고려 비색(翡色)’으로 불리는 비취색 고려청자는 12~13세기에 본격적으로 만들었다. 음각한 도자기에 백토와 황토를 채워 각기 다른 색 문양을 만든 상감기법이 이때 등장한다. 상감한 도자기를 가마에서 구우면 백토는 흰색, 황토는 검은색을 띤다. 고려청자 가운데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68호)도 이 시기 작품이다.

고려청자박물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9세기 청자완, 12세기 청자상감여지문대접, 13세기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 상감청자가 쇠퇴해 분청사기로 변모해가는 14세기 청자상감용문매병 등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색과 문양의 변화를 통해 고려청자의 500년 흥망성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참외 모양 청자퇴화연국문과형주자는 백토와 황토를 붓에 묻혀 문양을 넣은 흔치 않은 작품이다. 청자범종과 청자인장 등 강진 고려청자 요지(사적 68호)에서 출토된 유물 800여 점을 전시한 공간도 볼 만하다. 온전한 형태는 아니지만, 고려청자의 발달 과정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다.

점토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수비부터 1천300도에 청자를 굽는 재벌구이까지 청자 제작 과정을 디오라마로 재현한 전시물도 유익하다.

고려청자박물관 뒤쪽에 자리한 청자재현연구동에서는 도자기의 형태를 잡은 성형과 상형, 건조한 도자기 표면에 상감, 음각, 양각, 투각 등으로 문양을 새기는 조각 작업을 직접 볼 수 있다.

사당리 41호 청자 가마와 용운리에서 옮겨 온 용운리 10-4호 청자 가마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고려청자박물관내 고려청자장인상과 고려청자조형물. /강진군 제공
고려청자박물관내 고려청자장인상과 고려청자조형물. /강진군 제공

고려청자박물관과 나란히 자리한 고려청자디지털박물관에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디지털 체험 시설이 있다.

고려청자박물관은 오는 3월 9일까지 ‘청자만발-개성 출토 고려청자’를 주제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조형적 우수성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에는 고려 시대 왕실과 귀족들이 사용했을 미공개 개성 출토품 중에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다양한 청자 기종과 문양의 유물들을 통해 고려 시대 공예 문화의 정수를 보여준다.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당대 최고의 기량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화려하면서도 절제미를 추구했던 고려 왕실 문화의 높은 수준과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청자축제가 열리는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 일대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강진군 제공
청자축제가 열리는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 일대는 국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강진군 제공

고려청자박물관과 청자촌 일대에서는 매년 청자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오는 2월 22일부터 열흘간 계획됐다. 어린이와 여성 중심의 여행과 관광이 이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올해 역시 ‘강진 누구나 반값여행’과 연계해 정책적으로 추진한다.

청자를 주제로 한 킬러콘텐츠를 강화하고 방한 휴게공간을 확대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청자 벤치 공공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물레성형, 머그컵 만들기, 태토 밟기 등을 운영한다. 에어돔과 주 무대는 투명 TFS텐트를 씌우고 족욕 체험장은 덮개를 만들어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천년 역사의 진수, K-컬처의 원조 강진 청자를 체험하는 것 자체가 어린이들에게는 학습과 동시에 놀이”라면서 “가족이 모두 함께 참여해 힐링하고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국민화뮤지엄 상설 전시실. /강진군 제공
한국민화뮤지엄 상설 전시실. /강진군 제공

■ 국내 최대규모 민화 5천점 소장… 재미난 해설있는 체험형 박물관

강진 한국민화뮤지엄… 주민 위한 문화예술교육 앞장

자연의 색이 주는 아름다움과 편안함의 정수는 강진 한국민화뮤지엄 전시관 작품에도 오롯이 담겼다.

강진 대구면 청자촌길에 있는 한국민화뮤지엄은 전문가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해설과 작품을 통해 옛날로 ‘시간여행’ 할 수 있는 민화박물관이다.

민화는 서민화가가 그린 그림을 의미하며, 우리 민화는 임금과 사대부를 포함한 모든 계층이 즐겼던 만민의 그림이다. 전통의 오방색이 들어있는 뜻 그림으로 선조들의 꿈과 바람을 담고 있다고 한다.

한국민화뮤지엄은 지난 2015년 강진군이 건립한 공립박물관으로, 현재는 오슬기 관장 개인이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 영월에 있는 국내 최초의 민화박물관인 ‘조선민화박물관(관장·오석환)’과 자매 박물관이며, 오석환 관장과 오슬기 관장은 부녀지간으로 민화의 계승·발전 및 대중화에 2대가 앞장서 오고 있다.

한국민화뮤지엄의 특징은 국내 최대 규모인 민화 5천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도슨트를 통한 작품 해설, 직접 민화를 그려볼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라는 점이다.

또 4D 체험장을 통한 가상 체험 그리고 민화 그리기 재료와 교구재·책·굿즈 등 다양한 상품을 자체 개발하는 등 박물관의 역할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고려청자박물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박물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물레성형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고려청자박물관을 찾은 한 어린이가 박물관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물레성형체험을 하고 있다. /강진군 제공

박물관에는 1·2층에 총 4개의 전시실이 있다. 1층에는 민화 상설전시실을 비롯해 민화 체험장·4D 영상체험실·뮤지엄 숍 등이 있으며, 상설전시관에는 소장 작품 중 200여 점을 분기마다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2층에는 기획 전시실·생활민화전시실·춘화전시실·자료실 등이 있다. 기획전시관은 주로 현대 민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으며, 1년에 8~16건의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또 19세 이상의 방문객만 관람이 가능한 춘화전시실에는 국내·외 작품 수 십여 점이 전시돼 있다. 모든 전시실에는 세계적으로 특허 된 조명을 설치해 작품 손상을 방지하고, 작품에만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 전시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한국민화뮤지엄은 지역과 상생하는 박물관을 목표로 관내 군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매년 다양한 문화예술공모사업을 통해 군민들의 예술 향유 기회 증진을 도모하고 있다. 올해에도 ‘전시해설 활성화 지원사업’,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길 위의 인문학’ 등을 통해 총 3천165명에게 무상 교육을 제공했다.

민화 아크릴스탠드.
민화 아크릴스탠드.

5천여 점의 소장품을 활용해 다양한 매체와의 협업을 통한 홍보도 한국민화뮤지엄 방문객 증대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올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MBC 금토 드라마 ‘밤에 피는 꽃’에 협찬한 ‘작호도’는 드라마 내에서 ‘산중백호도’로 불리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박물관으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촬영을 앞둔 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오형제를 부탁해’에도 한국민화뮤지엄 작품 6점을 협찬 확정했다. 이 외에도 다수의 드라마 및 영화 제작자들의 요청으로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다.

/광주일보=김대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