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역사 다층적으로 재해석
토크콘서트 마련, 관객과 소통
뮤지엄아트홀서 26일까지 토·일
조선시대·일제강점기 배경 12편
박물관의 유물과 영화의 새로운 융합 장르를 표방하는 제1회 박물관 영화제(포스터)가 10일 경기도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영화제는 기존 영화제의 형식적 요소를 넘어 박물관을 새로운 문화적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획됐다. 박물관의 유물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는 독특한 접근으로 유물과 이야기에 담긴 의미를 다층적으로 재해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첫발을 내디딘 행사인 만큼 박물관계와 영화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배우 김규리의 사회로 진행된 영화제에는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 조한희 한국박물관협회 회장, 심재인 경기도박물관협회 회장을 비롯해 전국의 박물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김홍준 한국영상자료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민성욱 전주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영화 복원과 독립영화 지원, 음악과 영화의 융합 등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 인사들이 다수 자리하며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종규 한국박물관협회 명예회장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감사패를 수여받았다.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고대문화와 첨단매체가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영화제를 만든다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며 “경기도만이 할 수 있는 발상이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창의적인 결과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영화제에 상영되는 ‘관상’과 ‘이재수의 난’의 주연인 배우 이정재는 영상을 통해 영화제의 개막을 축하하기도 했다. 이정재는 “박물관과 영화가 만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 뜻깊은 축제에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제1회 박물관영화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개막식에 앞서 개막작인 ‘관상’이 상영됐다. 관상은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관상쟁이 내경(송강호)이 권력 다툼 속에서 겪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욕망과 운명, 선택을 통한 운명 극복 문제를 ‘관상’을 통해 탐구하며, 권력의 속성과 인간의 본성을 되짚어 보는 작품이다.
이후 이어진 토크콘서트는 정윤회 경기도박물관 학예사가 ‘관상과 초상 사이’라는 주제로 진행했다. 경기도박물관은 250여 점의 조선시대 초상화를 소장하고 있으며, 이는 사대부 문화와 유교적 가치를 담아낸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크콘서트는 외모뿐 아니라 인물의 삶과 정신까지 담아내는 초상과 영화 속 주인공이 권력자들의 얼굴을 관찰하며 읽어내는 관상을 흥미롭게 연결하며 큰 호응을 얻었다.
정윤회 학예사는 “초상이 사진과 다른 것은 단순히 사람의 형을 담고 있는 것뿐 아니라 초상화 주인의 의지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체성의 시각화’라는 말처럼 초상화 주인이 표현하고 싶은 모습을 그림에서 읽어보는 것도 초상을 감상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이번 영화제에서는 영화 ‘역린’과 장한종의 ‘책가도’, 영화 ‘상의원’과 패션, 영화 ‘이재수의 난’과 ‘황진이’의 토크콘서트가 마련돼 있다.
이동국 경기도박물관장은 “조선시대, 일제강점기 등을 배경으로 한 12편의 영화를 통해 유물과 영화가 오가는 자리를 만들었다. 새로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전하고 독자적인 해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물은 정적이고, 영화는 동적이다. 유물과 직접 대화하면서, 또 무한대로 움직이는 영화와 대화하면서 정과 동의 사이를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경기도박물관 뮤지엄아트홀에서 이어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