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교육자 3人, 생물소개

 

밀물·썰물 온몸으로 견디는 따개비

부리 찔러 갯지렁이 잡아먹는 새 등

사진과 함께 크기·분포·특징 정리

‘생명의 땅’… 이어지는 보전 노력

■ 댕글댕글~ 갯벌 한 바퀴┃심현보·정재흠·이학곤 지음. 지성사 펴냄. 240쪽. 2만9천원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서해안과 남해안을 중심으로 약 3천350개의 섬이 있다. 2023년 국립해양조사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육지와 섬 지역 해안선 길이는 총 1만5천285㎞로, 지구 둘레의 약 38%에 해당할 정도로 길다. 긴 해안선을 따라 갯벌을 만난다. 우리나라 갯벌에는 1천여종의 갯벌 생물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갯벌의 약 3배 면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인 북해의 와덴해(독일·네덜란드·덴마크) 갯벌보다 우리나라 갯벌에 사는 생물종이 2배 이상 많다.

20년 넘게 갯벌 생태를 조사·연구하고, 그 가치를 교육 현장에서 가르쳐 온 인천의 교육자 3명이 갯벌 유형에 따라 만날 수 있는 주요 생물을 정리해 소개하는 책을 펴냈다. 심현보 인천남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정재흠 인성여자중학교 교사, 이학곤 인천예송초등학교 교장이 글과 사진을 담은 ‘댕글댕글~ 갯벌 한 바퀴’다.

다 같은 갯벌이 아니다. 갯벌은 퇴적층 유형에 따라 펄 갯벌, 모래 갯벌, 펄과 모래가 섞인 혼성 갯벌로 나눌 수 있다. 그리고 갯벌 주변의 염습지, 해안 사구, 바위 해안까지 유기적인 갯벌 생태계를 이룬다. 이 책은 1천여 종이나 되는 갯벌 생물 가운데 갯벌 유형별로 대표적인 식물 52종, 저서 생물 101종, 새 56종을 가려 뽑았다. 생생한 사진과 함께 크기, 분포, 관찰지역, 생태와 특징 등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칠게.
칠게.

염습지와 펄 갯벌에선 염분이 많은 바닷물에 잘 견디는 나문재, 해홍나물,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자리하고 있다. 펄 갯벌을 대표하는 생물은 칠게와 꼬막 무리, 농게, 흰발농게, 말뚝망둥어, 짱뚱어 등이다. 10분 동안 칠게 4마리를 사냥한다는 알락꼬리마도요를 비롯해 기러기류, 고니류, 백로류, 두루미와 도요 무리도 볼 수 있다.

펄·모래·자갈이 섞여 있는 혼성 갯벌에서는 바지락, 모시조개, 꽃게, 도둑게, 딱총새우는 물론 부리 길이가 30~80㎜인 도요류와 물떼새류를 만날 수 있다. 이 새들은 썰물 때 바닷물이 얕게 고여 있는 곳에서 물고기와 작은 조개 등을 잡아 먹고, 물이 완전히 빠지면 천천히 걸으면서 부리를 갯벌에 찔러 갯지렁이 등을 사냥한다.

갯까치수염.
갯까치수염.

가파르고 좁은 절벽 같은 거친 환경의 바위 해안에서도 해국, 대나물, 도깨비쇠고비, 갯까치수염 같은 식물이 자란다. 총알고둥, 따개비, 거북손 등은 밀물과 썰물이 반복되는 바닷물을 온몸으로 견디며 살아간다. 새들은 바위 틈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다. 사막과 같은 해안 사구에서도 해당화, 순기비나무, 갯완두, 갯방풍 등이 마디마디 뿌리를 내려 길게 뻗거나 땅속 깊이 뿌리를 내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한다.

혹부리오리.
혹부리오리.

염습지와 해안 사구 식물들을 알리면서 학생들과 섬을 찾아가는 인천바다학교 교장을 맡고 있기도 한 심현보 교육장이 식물 분야를, 철새와 서식지 보호에 활용되는 연구자료집 발간 등 다양한 국가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정재흠 교사가 새 분야를, 꾸준히 갯벌을 찾아 갯벌 생물을 관찰해 온 이학곤 교장이 저서생물 분야를 각각 맡아 썼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과 과정에도 연결된다. 체험학습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갯벌은 생명의 땅이자 새들의 천국이다. 이 책처럼 갯벌 생태를 알리고 보전하려는 노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인천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2단계)가 무산된 점은 못내 아쉽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