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佛서 정조때 어람용 '정리의궤' 확인… 역사가 뒤집혔다

입력 2016-07-03 22:20 수정 2016-08-02 09:27
지면 아이콘 지면 2016-07-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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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행궁 신풍루 정문 '이태극' 아닌 '삼태극' 프랑스에서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정리의궤'는 기존의 화성성역의궤 등에 기록된 내용과 달리 한글본에 '채색'이 돼 있어 문화재 복원과 관련해 기존의 자료보다 훨씬 정확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수원시는 기존의 의궤를 참고해 화성행궁 신풍루 정문에 있는 태극 문양을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된 이태극(二太極)문양으로 칠해 놓았지만, 정리의궤를 통해 원래는 신풍루의 태극문양이 삼태극(三太極)이었으며 흰색과 검정색, 초록색으로 칠해졌음이 국내 최초로 밝혀졌다.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조선왕조 의궤 중 실체 안알려져
프랑스 국립도서관서 최초 확인
임금위해 기존 의궤들 핵심정리
한글 필사본에다 채색까지 완벽
글로만 있던 시설 상당수 그려져
문화재복원 등 재정립 불가피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인 조선왕조 의궤 중 그 실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정리의궤(整理儀軌)' 실물이 프랑스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 전경목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 등은 지난달 27일 프랑스 국립파리동양어학교와 국립도서관을 방문해 정리의궤의 실체를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확인된 정리의궤는 기존의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와 화성축성 기록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그리고 사도세자의 묘소를 화산릉으로 옮긴 '현륭원의궤(顯隆園儀軌)'의 내용 중 핵심 사안이 정리돼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의궤에서는 단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던 '동장대시열도(東將臺試閱圖)' 등이 수록돼 있어 앞으로 학계에 큰 파장이 일 전망이다.

현재 프랑스 국립파리동양어학교는 12권,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1권의 정리의궤를 각각 소장하고 있다. 이중 특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정리의궤(성역도)는 기존의 화성성역의궤 수권(首卷)에 수록된 수원화성 시설물의 그림을 채색한 것으로, 도화서 화원들이 국왕을 위해 직접 그린 어람용 의궤로 추정된다.

기존의 금속활자와 목판을 이용한 것이 아닌, 순수 '한글필사' 본이며 국내에는 전혀 전해지지 않은 유일무이한 판본으로 알려졌다.

이 정리의궤들은 1887년 한국의 첫 번째 프랑스 외교관으로 부임했던 빅토르 꼴랭 드 쁠랑시(Victor Collin de Plancy·1853~1922)가 갖고 있던 것으로 그가 생전에 파리동양어학교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기증하거나 다른 이에게 판매했던 것을 기증받은 것이다.

김준혁 한신대 정조교양대학 교수는 "정리의궤는 임금만을 위한 어람용 의궤로 한글로 필사돼 있음은 물론, 채색이 완벽하게 돼 있어 그 가치를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며 "기존 문헌에 글로만 기록됐던 것들이 상당수 그림으로 나타나 있어 앞으로 복식이나 군사, 문화재복원, 의례문화에 대한 재정립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안민석 의원은 "몇 년 전 프랑스 측과 문화재반환 협의를 진행하면서 정리의궤에 대한 추적을 하기 시작했고 이번 방문을 통해 비로소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프랑스 기관과 협의해 정리의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반출된 문화재에 대해서 전수조사 및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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