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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토리] 현대사까지 관통한 '전쟁 총탄' 흥행성적 꿰뚫다

영화 속에 그려진 인천
인천상륙작전 당시 사진
인천상륙작전을 마치고, 국군 장병들이 시가행진을 하고 있다. 오른쪽 길 끝 '대중일보' 앞에 민간인들이 보인다. 이들은 김포공항 등지로 진격했다. /인천상륙작전기념관 제공

美 신의 계시받은 전투-北 최후의 항전 장소로 스크린에 비쳐져
국내서도 남북 대치 분위기 영향 '실미도'·'연평해전' 제작·인기
촬영지 관광·국제 영화제 최적 입지 불구 콘텐츠 개발 '지지부진'

영화필름1
#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들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영화는 과거에도 여러 편이 제작됐다. 주목할 만한 영화는 1981년 미국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들었다가 흥행에 참패한 '인천(Inchon)'과 북한이 1982년 제작한 '월미도'다.

'오, 인천(Oh, Inchon)'으로도 불리는 영화 '인천'은 약 4천400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됐고, 제작 기간만 5년이 걸렸다. 007시리즈로 유명한 테렌스 영(Terence Young)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영화 '빠삐용' 등에서 음악을 담당한 영화음악계의 거장 제리 골드스미스(Jerry Goldsmith)가 음악을 작곡했다.



또 영국의 명배우 로렌스 올리비에(Laurence Olivier)가 맥아더 총사령관 역을 맡는 등 당시 할리우드 최고의 제작진과 캐스팅을 자랑한 영화였다. 주연인 로렌스 올리비에는 출연료만 100만 달러를 받았다고 한다. 소래포구 수인선 등에서 촬영을 진행하면서 당시 국내에서도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영화가 벌어들인 수익은 총 제작비의 4% 수준인 190만 달러에 불과했다. 오죽했으면 비디오나 DVD로도 출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언론은 영화 '인천'을 사상 최악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이 영화는 한 종교단체가 제작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맥아더 총사령관이 신의 계시를 받아 인천상륙작전을 구상하는 등 영화가 종교적 색깔을 띠면서 줄거리가 어색해진 것이 흥행에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는 평가다. 개런티에만 관심을 보인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도 들쭉날쭉했다.

북한 영화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북한의 시각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물론 북한 체제 선전용인지라 영화 속 북한군에게 인천상륙작전은 패배가 아닌 최후의 항전으로 묘사됐다.

영화 '월미도'는 북한군 1개 포병중대가 맥아더 총사령관이 끌고 온 '5만 대군'을 단 4문의 포로 9월 15일까지 3일 동안 막아낸다는 내용이다. 북한 소설가 황건이 1952년 발표한 장편소설 '불타는 섬'이 원작이다. 북한은 이 영화를 통해 북한군이 월미도에서 4문의 포로 몇몇 미군 함정을 격침하는 등 미군의 상륙작전 시도를 사흘 동안 저지하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주장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상 비현실적인 얘기다.

북한은 1982년 영화 개봉과 동시에 이례적으로 당 기관지인 노동신문 2~3면 전체를 털어 영화 줄거리와 의미를 소개했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2004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병사의 애국관을 형상화한 대표적인 예술작품'으로 영화 '월미도'를 꼽았다.

북한은 최근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개봉하자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서 인천상륙작전은 유엔군이 북한에게 대손실을 당한 전투라며, 남한이 망신스러운 전투를 영화까지 만들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밖에 조긍하 감독이 연출한 1965년 영화 '인천상륙작전', 조셉 루이스(Joseph H. Lewis) 감독의 1952년 영화 '후퇴란 없다!(Retreat, Hell!)' 등이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다뤘다. '후퇴란 없다!'는 인천상륙작전부터 중공군에 밀려 흥남 철수를 하기까지 미 해병대의 모습을 그렸다.

북한영화 '월미도' 캡쳐
미국 영화 '인천'의 포스터(위쪽왼쪽)와 스틸컷. 북한 영화 '월미도' 스틸컷./경인일보 DB

# 인천영화의 특징은 '전쟁'

인천을 주요 배경으로 한 영화 가운데 유독 '전쟁'을 다룬 영화들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인천 중구에 있는 실미도에서 북파공작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의 실제 사건을 다룬 2003년 영화 '실미도'(누적 관객 수 1천108만1천명), 2002년 서해 5도 해상에서 남북한이 벌인 전투를 그린 2015년 영화 '연평해전'(604만3천784명), 이번에 개봉한 '인천상륙작전'이 대표적이다.

인천이 국내 어느 도시보다도 전쟁과 관련한 역사를 많이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흥행하자 인천에 있는 인천상륙작전 관련 역사적 장소에 방문객이 늘어나는 등 관광 활성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영화 '실미도'와 '연평해전'은 접경지역이라는 인천의 지리적 특수성이 반영됐다. 북파 공작원들이 북한으로 잠입하기 수월한 지역이 인천 앞바다이고, 북방한계선(NLL)을 끼고 있는 서해 5도는 1999년 제1차 연평해전, 2002년 제2차 연평해전,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등 남북한 무력 충돌로 1년 365일 군사적 긴장 상태인 지역이다.

전쟁과 관련해 인천만이 내세울 수 있는 영화적 소재는 현대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강화도는 고려시대 몽골군의 침략으로 1232년부터 39년간 고려의 전시수도로서 몽골제국과 항쟁한 역사를 안고 있다.

조선시대 정묘호란과 병자호란 때도 강화도는 보장처(堡障處·왕의 피난처)로서 전쟁사 전면에 등장한다.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때도 강화도는 각각 프랑스, 미국의 공격을 받은 아픈 역사가 있다.

그러나 영화와 관련해 인천이 가진 장점이 아직 콘텐츠 개발이나 활용 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영화 '실미도' 세트장의 경우,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려 할 때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할 지자체인 인천 중구가 영화 세트장 철거를 강행했다. 무의도와 실미도 관광 열풍을 지자체가 막아버린 셈이다.

전쟁사 등 인천이 부각될 수 있는 영화 콘텐츠를 발굴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인천은 인천국제공항 같은 교통 인프라로 국제영화제를 개최하거나 영화 촬영지를 유치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지역적 색깔을 영화에 담아내 지역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지자체가 부산시다. 영화 '국제시장'(1천425만7천115명)과 '해운대'(1천145만3천338명) 등 부산의 지명을 딴 제목의 영화가 1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이들 지역이 전국적인 명소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제2의 인천상륙작전' 찾기가 시급하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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