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 거부땐 못보는 어린이집CCTV

학대의심 사례에도 내부규정따라 영상공개 결정

시설마다 기준도 달라… 복지부 "큰 문제는 없다"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어린이집에 의무적으로 설치된 CCTV가 어린이집 원장에 의해 영상 열람 및 제공 여부가 결정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자녀가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돼 보호자가 영상 열람을 요청해도 어린이집 원장이 내규 지침을 이유로 거부할 경우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시행으로 학부모가 CCTV 미설치를 동의한 0.017%(전체 4만2천324곳중 759곳)의 어린이집을 제외한 모든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됐다.

아동학대가 의심될 경우 보호자는 어린이집 원장에게 CCTV 영상 열람 및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원장은 1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영상공개 여부를 어린이집 원장 등이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오산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9월 3살 아들이 B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했다는 의심에 영상 열람을 신청, 지난달 4일 시 공무원, 원장과 함께 학대 당시의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을 통해 학대가 의심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A씨는 경찰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정식으로 신고하기 위해 영상 제공을 요청했지만, 어린이집 측은 내부 규정상 '확인된 동일건에 대해 재차 열람요구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A씨는 B어린이집이 연초 신입원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소개했던 내부 관리계획에 해당 항목이 없다고 항의했지만, B어린이집은 지난달 25일 자체 운영위원회를 열어 규정을 추가했다고 답변했다.

A씨는 "없던 내용까지 급조해 영상 제공을 거부하니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만든 CCTV가 사실상 쓸모없게 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선 아동 복지 전문가들도 영상 열람 및 제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도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영상 제출 기준이 시군마다, 심지어는 어린이집마다 달라 일선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고 있어 일괄적인 기준이나 세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자의적으로 영상 제공 기준을 정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아동학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경찰 등 수사기관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학부모가 영상을 보지 못하거나 제공받지 못한다해서 큰 문제는 없다"면서 "'어린이집 영상정보처리기기 내부 관리계획' 예시를 만들어 배포했고 일선 어린이집에서 이를 기준으로 삼아 활용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태성·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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