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공식 임기가 시작된 지난 10일 이낙연 전남도지사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와 저서에서 "정치적 꿈은 국무총리"라고 말한 바 있다. 대통령이 꿈이라는 사람은 많았지만, 국무총리가 꿈이라는 사람은 이례적이다. 아무튼 만약 이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기자 출신의 첫 국무총리가 탄생하게 된다.
사실 언론사 출신 총리는 과거에 있었다. 동아일보 사장 출신으로 1963년 12월 3공화국 초대 국무총리에 임명된 최두선 전 총리가 장본인이다. 하지만 그는 기자 생활을 하지는 않았다. 중앙일보 사회부 기자 출신인 문창극 전 주필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6월 총리 후보로 지명돼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명 바로 다음날 공개된 과거 교회강연 영상발언이 거센 역사관 논란에 휘말려 청문회 문턱도 가보지 못한 채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앞서 2002년 김대중 정부 당시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도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한 바 있는데, 그 역시 평기자 출신은 아니었다.
195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 정치부·외신부·도쿄 특파원 등을 거치며 21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이후 2000년 16대 총선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발탁으로 고향인 전라남도 함평·영광에서 출마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제16대부터 19대까지 내리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내며, 초선 시절에는 두 차례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을 역임했고 2002년 노무현 정부에서도 대변인을 맡았다. 대변인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작성에 참여했으며,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도 맡았다. 그런 이력 때문인지 그는 요즘에도 '기자수첩'을 늘 지니고 다니며 메모를 즐긴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이 후보가 총리 지명을 받은 직후 KTX 안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는 사진이 화제다. 하도 축하전화가 많이 오니까 옆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아예 객실 밖 보조의자에 앉아 상경하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과연 그가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자리에 오를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선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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