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미국 선수단, 인천에 짐 푸는 이유는]남북화해모드에 온도차… '안전' 택했다

입력 2018-01-21 23:17 수정 2018-01-22 09:58
지면 아이콘 지면 2018-01-22 3면
美, 북한 도발 불확실한 정세 이유
지난달까지도 '참석 유보적' 입장
해외탈출 쉽고 미군 인접 고려한듯

미국은 왜 인천을 택했을까.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단 대다수가 경기가 펼쳐질 강원도가 아닌 서쪽 끝 인천에 숙소를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경기장과 숙소는 가까이 잡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 때문이다. 스포츠의 기본을 모를 리 없는 미국이 경기장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인천에 숙박지를 정하고서 평창이나 강릉까지 오가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선수단은 안전과, 보안 문제 등을 그 첫 번째 이유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남북 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도 이를 체감하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온도 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미국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여부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그로 인한 한반도 위기설 등 안전 문제를 가장 크게 내세웠다.

니키 헤일리 유엔(UN)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달 평창 동계올림픽의 참가 여부와 관련해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open question)"라고 말해 청와대가 긴급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니키 헤일리 대사의 발언 이후 청외대는 "미국이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도 분명히 올림픽 참가를 약속했다"고 헤일리 대사의 발언을 일축했다.

헤일리 대사는 청와대의 이런 발표 이후 미국 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에 미국 선수단 전체가 참여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면서도 "되돌아보면 우리(미국)는 항상 올림픽의 안전에 대해 논의해왔다. 우리는 항상 선수들의 안전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이번에도(평창동계올림픽) 다르지 않다"고 불확실한 한반도 정세를 부각시켰다.

이런 미국측의 태도는 북한이 올림픽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에도 이어졌다. 맥 손베리 미국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군이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매우 진지하게 훈련을 수행하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손베리 위원장은 자국 내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군사 옵션과 관련이 있는 것들을 매우 진지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훈련 노력도 매우 진지하다"고 말해 북한의 올림픽 참여 결정 이후에도 한반도 정세에 낙관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였다.

동계올림픽에 참여하는 미국 선수단이 경기장과 가까운 평창이 아닌 인천을 숙소로 택한 것도 이런 미국 내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지역보다는 유사시 해외 탈출이 쉽고 수도권 여러 곳의 미군 부대와도 가까운 인천이 안전하다고 봤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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