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은 외환위기로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인 만도기계를 매각했지만, 2008년 한라건설컨소시엄을 통해 다시 만도를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사진은 만도가 개발한 전기자전거 풋루스 국외 전시회 모습. /만도 제공 |
최대 車부품업체 외국계에 넘어가
한라중공업은 정부가 현대에 맡겨
건설 중심으로 '경영 정상화' 성공
외환위기 여파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기계에도 미쳤다.
1980년 2월 아트라스제지를 만도기계로 상호를 변경한 것인데 1997년 한라그룹이 좌초하면서 1998년 만도기계는 수원지방법원에 낸 화의 신청이 받아들여져 1998년 11월 기업 회생을 위한 화의인가 결정을 받았다.
1999년 경주공장을 프랑스 발레오사에, 아산공장을 UBS에 각각 매각했다. 아산공장은 이후 만도공조(주)로 사명을 바꾸고 김치냉장고 딤채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체로 변신했다.
1999년 11월 만도기계는 (주)만도로 이름을 바꾸고 새로 출범했다. 회사의 지분 70%는 미국 체이스맨해튼 컨소시엄으로 넘어갔으며 2000년 2월에는 주식이 상장 폐지됐다.
>> 만도기계 '매각' 결정
한편 정부는 궁여지책으로 현대중공업에 5년간 한라중공업(삼호조선)에 대한 경영을 맡겼다. 5년 뒤 한라중공업이 정상화되면 현대중공업을 우선 매수대상자로 선정한다는 조건이었다.
1998년 한라중공업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 한라중공업이 섰던 채무보증을 떼어내고 자산과 부채만 이전해 가교(架橋)회사인 RH중공업을 새로 설립했다.
RH란 상호는 당시 한라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하던 미국계 투자회사인 로스차일드와 한라중공업의 영문 이니셜을 딴 것으로 RH중공업은 1999년에 삼호중공업으로 변경됐다. 현대중공업은 삼호중공업을 2002년에 정식으로 인수해 2003년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또다시 바꿨다.
만도기계를 매각한 한라는 이후 한라건설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편, 경영을 정상화했다. 한라건설은 1994년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고 1995년에는 서해안고속도로 공사를, 1997년에는 목포 신외항공사를 개시했으나 그해 12월 계열사 빚보증 탓에 부도 처리됐다.
1998년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이 한라건설의 화의신청을 받아들여 기업회생에 나선 후인 1999년에 경영이 정상화되면서 4천억원의 채무를 모두 갚았다.
2008년 1월 한라그룹은 KCC, 산업은행, 국민연금관리공단 등과 함께 한라건설컨소시엄을 형성해 지분 72.4%를 사들이며 모기업이었던 만도를 다시 인수했다.
이때 한라건설이 컨소시엄의 주력기업으로 참여해 만도를 계열사로 편입한 것이다. 10월에는 독일의 헬라와 합작으로 만도헬라 일렉트로닉스를 설립했다.
2009년 7월 PSA(푸조-시트로엥)에 캘리퍼 브레이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만도는 상장 폐지된 지 10년 만인 2010년 5월 주식을 증권거래소에 다시 상장했다.
12월에는 만도의 자동차 전자제어장치인 'ABS/TCS'가 대한민국 100대 기술로 선정됐다. 2011년 1월 독일 브로제사와 자동차부품 합작사를 세웠다.
4월에는 폭스바겐으로부터 총 2천억원 규모의 브레이크 제품 수주에 성공했다. 7월에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기업인 (주)이폴리머를 인수했다. 그해 12월 만도의 영상기반지능형조향장치가 지식경제부로부터 제10회 으뜸기술상을 수상했다.
2008년 모기업 '만도' 다시 인수
2010년 상장폐지 10년만 재상장
홀딩스 등 지주회사 3개로 재편
>> (주)만도 설립 인적분할
2013년 6월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업체 가운데 만도가 46위에 선정됐다.
한라그룹은 2013년 9월 한라건설을 (주)한라로 바꾸고 2014년 7월에는 만도를 인적 분할해서 존속법인이자 지주회사로 한라홀딩스를 세우고, 자동차 부품 제조 및 판매업을 하는 신설회사로 (주)만도를 설립하는 인적분할안을 통과시켰다.
9월에 새로 출범한 한라홀딩스는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경영지도·정리·육성하는 지주사업과 브랜드·상표권 등 지적재산권의 관리업, 국내외 광고 대행업, 광고물 제작·매매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또 시스템 개발 및 통합(SI), 운용(SM) 사업과 소프트웨어 개발·임대업, 정보통신기기 관련업도 사업 목적에 새로 올렸다.
2015년 3월 말 기준 한라그룹은 지배회사인 (주)한라를 포함해 64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이 중 상장회사는 한라그룹의 지주회사인 (주)한라홀딩스, (주)한라, (주)만도 등 3개사이며, 비상장회사는 한라마이스터(유), 한라아이앤씨(주), 한라엔컴(주), 목포신항만운영(주), 한라개발(주), (주)한라세라지오, 한라오엠에스(주) 등 61개사다.
건설사업 부문에는 한라, 한라엔컴, 대한산업, 한라개발, 한라오엠에스, 한라세라지오가 있고, 자동차사업 부문에는 만도, 한라스택폴,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 만도브로제, 만도신소재가 있다.
유통/서비스 사업부문에는 한라마이스터와 목포신항만운영 등의 회사가 있다. 2015년 3월 말 기준 (주)한라의 최대주주는 한라그룹의 회장인 정몽원이며, 보유 지분은 23.16%다.(네이버 기관단체사전 : 기업, 굿모닝미디어)
1997년 외환위기 와중에서 30대 재벌기업의 3분의 1이 좌초됐다.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한라는 사망판정을 받았다가 되살아난 특이한 경우다.
한라는 회생 과정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외국 자금을 적기에 조달받아 '검은 머리 외국인'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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