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에세이
[풍경이 있는 에세이]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10주년을 기대하며
해외 이주 경로 다문화도시 인천서
문화다양성 보호·증진 첫 기획 생생
이젠 '작지만 알찬 영화제' 소문 자자
인천독립영화제와 내년 10주년 의미
20년, 30년 넘어 100년도 함께하길
정지은 문화평론가 |
바로 올해 9회를 맞이한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그것이다. 지난주인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인천연수CGV와 스퀘어원 일대에서 열린 이 영화제는 '작지만 알찬 영화제'로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모든 영화는 무료 상영이 원칙, 이주민 미디어교육, 원데이클래스, 영상 교육, 비평 워크숍 등 관객 참여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조심스럽게 열린 현장에서는 오픈채팅방을 통해 관객 질문을 실시간으로 받아 현장 토크를 진행하는 섬세함도 돋보였다.
개인적으로는 관객으로, 기획부터 실행, 자문까지 다양한 방식의 관계자로 9년 동안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해 온 유일한 영화제이기에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디아스포라가 무슨 뜻이냐"는 질문에 답하느라 바빴고, 고민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영화공간주안, 연수문화의집 아트플러그, 정착하나 싶었던 인천아트플랫폼을 거쳐 현재 인천연수 CGV까지 장소도 자주 바뀌어왔다. 전문 영화 상영관이 아닌 곳에서도 '영화제'를 진행했기에 영화 상영 환경을 구축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영화 상영에만 머무르지 않고 전시부터 플리마켓, 사전 강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계했던 건 영화 관계자만이 아닌 더 다양한 관객들이 찾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내년이 10주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처음 기획했던 2013년의 기억이 떠올라 당시 썼던 계획서를 오랜만에 읽어봤다. 인천은 항구와 공항의 도시로서, 한국인이 해외로 이주하거나 외국인이 한국으로 찾아오는 '이주'의 경로이면서 많은 이주민이 정착해 있는 다문화 도시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 사업 배경으로, 현재적 의미의 '디아스포라'들의 삶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상영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위치를 다시 한 번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사업 목표로 쓰여 있다. '디아스포라 영화제'라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낸 후 인천영상위원회 사람들과 함께 만들었던 A4 반장짜리 내용이다. 오래전 일인데도 계획서를 쓰던 사무실의 풍경과 지원받을 수 있을지 두근거리던 마음까지 생생하다. 1억5천만원이라는 국비를 지원받기 위한 '천 개의 마을, 천 개의 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했던 이 작은 영화제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이틀 동안 3천만원이라는 저예산으로 인천문화재단과 인천영상위원회가 함께 소박하게 시작했던 영화제는 이제 더 많은 예산과 상영일수, 인천영상위원회라는 전문 기관의 주도하에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세상이 점점 좋아져서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계속 영화제를 할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싶었던 기획자의 걱정과 달리, 세상은 더 많은 디아스포라들을 만들어내는 쪽으로 흘러왔다. 역설적이게도 디아스포라 영화제는 매년, 전 세계와 한국의 디아스포라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각종 이슈들로 풍성해졌지만….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지난 9년은 "영화를 통해 공존의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이 시대의 현재적 디아스포라들과 함께 해 온 시간들이었다. 그 덕에 "문화다양성 환경 조성을 위한 기반 조성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사업 첫해의 다짐은 이제 10주년을 향해 달려가는 '디아스포라 영화제'라는 결실로 열매를 맺었다.
내년에는 인천의 또다른 영화제인 '인천독립영화제'도 10주년을 맞이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인천에서 열리는 특색 있고,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이 두 영화제가 앞으로 20년, 30년을 넘어 100년까지 쭉 함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디아스포라 영화제의 10주년을 미리 축하하며 10주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시작해봐야겠다.
/정지은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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