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가까이 입원 생활을 한 적이 있다. 작은 침대에 누워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종일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루에 한 번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간호사에게 체중이 어느 정도인지, 화장실은 다녀왔는지 등을 이야기하고, 희망하는 식단을 볼펜으로 체크해 전달하는 일이었다.
담당 의사가 정확히 언제 회진할지는 알기 어려웠다. 잠시 자리를 비워 의사와 만나지 못한 날에는 다음 날까지 기다려야 했다. 퇴원 절차를 밟을 때는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떼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성남 소재 아이티아이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스마트 병상 헬스케어 시스템은 언뜻 사소해 보이지만 환자들에겐 적지 않은 불편함을 안겨줬던 이런 일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진료 안내 받고 요청사항 입력
카드 리더기 부착 서류비용 결제
화상통화 면회금지 우울감 해소
일종의 태블릿PC를 테이블에 설치했는데, 해당 기기를 통해 환자는 회진 일정·복약 내용·질병 정보 등 진료 관련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체중 정보, 희망하는 식단, 의료진에 대한 요청 사항 등을 입력할 수 있다.
서류 발급도 바로 요청할 수 있는데, 기기에 카드 리더기가 부착돼있어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의료진 역시 일일이 환자의 상태를 물어 수기로 정보를 입력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에 자동 등록되니 관리와 대응이 한결 수월해진다.
해당 기기에선 TV 시청과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병원 면회가 금지되면서 환자들이 우울감을 호소했던 가운데 가족들과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점이 핵심이다. 병원에서 쓰이는 제품이다 보니 강화 유리에, 항균 재질로 만들어졌다. 침대 고정형, 이동형 등 그 형태와 크기 역시 다양하다.
국내 대형병원뿐 아니라 해외 병원으로의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호주에선 병원 20% 정도에 아이티아이테크놀로지 제품이 공급됐다. 제품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아이티아이테크놀로지 측 설명이다. KT와 협업해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해당 기기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지금은 환자가 직접 상태를 기기에 입력해야 하지만 새로운 기기에선 AI가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이를 데이터화한 후 의료진에게 전달하게 된다.
현재 코로나19 치료 병동에서 상당 부분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가 이뤄지는 가운데, 해당 기기를 토대로 보다 정확한 비대면 진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첫 시도다.
김윤태 아이티아이테크놀로지 대표이사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며 "경기도 유망중소기업 인증을 받아 회사의 대외적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