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춘란배 우승한 신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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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7년 중국 천재기사 커제(24) 9단은 난공불락이었다. 백번(白番)에 특히 강해 승률이 9할을 넘었다. 그가 백돌을 잡으면 이미 승부가 났다고 했을 정도다. 세계대회에 출전한 한국기사들도 번번이 그의 벽에 막혔다. 이세돌(38) 9단은 전성기가 지났고, 박정환(28) 9단도 힘을 쓰지 못했다. 이 시기, 단체전인 농심배 세계대회마저 중국이 우위에 섰다.

2018년부터 판도가 바뀌었다. 커제가 잇따라 패하면서 총기가 전 같지 않다는 말이 돌았다. 다음 해 세계랭킹 1위를 내줬고, 현재는 3위에 그치는 등 하향 곡선이 완연하다. 지난 2월 LG배 세계대회 결승에선 신민준(22) 9단에 충격적으로 패해 중국 팬들이 경악했다. 세계 바둑 판도는 다시 한국 우위라는데 이견이 없다.

세계바둑계에 신진서 시대가 열렸다. 신진서(21) 9단은 지난 15일 제13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 2국에서 중국 탕웨이싱(28) 9단에게 흑으로 173수 만에 불계승, 2대0으로 우승했다. 대국은 서울과 베이징을 잇는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방송 해설자는 이날 "탕웨이싱은 중국 랭킹 25위지만 세계대회에선 2.5위"라고 소개했다. 3차례 세계를 정복하는 등 국제대회에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신 9단도 1·2국 모두 중반까지 고전했으나 상대 실착을 틈타 역전에 성공했다. 21개월 연속 한국 톱랭커로 군림해온 신 9단은 6관왕에 오르며 바둑 팬들에 짜릿한 명절 선물을 안겼다.

세계바둑 패권은 일→한→중→한 순으로 순환하고 있다. 세계 랭킹 1위(신진서), 2위(박정환) 모두 한국 선수들이다. 순위는 낮으나 신민준의 상승세도 무섭다. 장기 침체인 일본은 자국 최강자 이야마 유타 9단이 20위권 밖이다. 저변이 넓은 중국은 언제든 다시 굴기(굴起)할 저력이 있다.

커제는 국내 바둑팬들에 미움을 샀다. 승기를 잡으면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꼬았다 풀었다 하기를 반복한다. 해설자들은 그의 손이 머리로 향하면 승리를 선언한 것으로 본다. 상대 신경을 자극하는 고도의 전략이란 시각도 있다. 춘란배 결승을 지켜보다 유리한 국면에서 신 9단이 자꾸 머리를 꼬아 올리는 장면을 봤다. 전설의 명인 조치훈(64) 9단은 머리숱이 빠지도록 쥐어뜯는다. 바둑 천재들은 왜 버릇도 닮은꼴인가, 궁금하다.

/홍정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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