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300일째를 맞는 가운데, 군부의 탄압을 피해 산으로 피신한 난민들에게 전국 곳곳에서 방한용품을 기부하는 움직임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인천 부평구의 한 마트에 방한용품이 담긴 택배상자들이 가득 쌓여 있다. 2021.11.28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
올 2월 시작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29일로 300일째를 맞는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군부 독재에 맞서는 시민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에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돕고 있는 '미얀마군부독재타도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현지의 난민들에게 전할 준비를 하는 등 한국에서의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민주화 운동으로 현재까지 1천300여명의 시민이 군부에 의해 숨지고, 1만명 이상이 붙잡혔다.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의 주요 도시에서는 매일 수십명의 시민이 벌이는 기습 시위가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군부가 소유한 기업들의 리스트가 시민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구매 거부 운동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인 구성 위원회 부평서 활동
무력충돌에 산으로 피신 난민 6만명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회원들은 현지에서 독재에 대응하는 투쟁을 벌이지 못하고 있지만, 다양한 경로로 동포들을 지원하고 있다.
우선 불복종 운동에 가세한 공무원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인들과 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인들의 정기 후원을 통해 매달 1억3천여만원을 전하고 있다. 경찰이나 군인이 탈영할 경우 이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해외로 망명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군부 독재 체제가 힘을 잃도록 돕는 중이다.
위원회는 이달 중순부터 한국인들에게 집에서 입지 않는 겨울 의류나 침구류, 방한용품 등을 기부해달라는 운동도 시작했다. 최근 군부와 시민군 사이 무력 충돌이 잦아진 미얀마 북부 지역에서 집을 떠나 산으로 피신한 난민이 6만명에 달한다.
미얀마 현지에도 겨울이 오면서 추위를 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인접한 북부지역은 산악 지대인 탓에 미얀마에서 가장 춥다고 한다.
난민들은 겨울을 지낼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천막을 치고 생활하고 있어 위원회가 지원에 나선 것이다. 기부 운동이 시작된 지 2주 만에 전국 각지에서 200개가 넘는 택배 상자가 배송됐다. 상자 안에는 목도리와 장갑을 비롯해 경량 패딩, 솜이불까지 다양한 품목이 담겨 있었다.
한국인들 기부 방한용품도 보내기로
소모뚜 위원장 "지금도 문의 연락 와"
소모뚜 위원장은 "지금도 방한용품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를 묻는 전화나 문자가 하루에 수십 통씩 온다"며 "이렇게 많은 도움을 주는 한국인들에게 감사한데, 오히려 '미얀마를 도울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들의 저항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군부가 통솔력을 완전히 잃은 상태"라며 "승리한다면 이곳 인천 부평구도 미얀마의 민주화 역사에 중요한 곳으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얀마 민주화 운동은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정부 주요 인사를 구금하면서 이에 반대하기 위해 일어났다. 군부가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회를 해산하는 등 실권을 잡은 가운데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다.
/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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