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픽처스·판씨네마 제공 |
지난 27일 열린 '소문난 잔치' 오스카(아카데미상)는 명성답게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애플TV+ 뮤직 드라마 '코다'는 지난해 선댄스영화제 최초 4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오스카에서 작품상·각색상·남우조연상 등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 가운데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건 '코다'가 처음이다. 전통적인 극장 개봉 영화들과 OTT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화제작 '파워 오브 도그'를 제친 결과인 점이 눈길을 끈다.
오스카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한 데 집중시킨 축제인 만큼, 수상작들을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증'받은 수상작들을 통해 영화산업의 현주소를 짚어볼 수 있는 기회여서다.
■ 드라이브 마이 카, 상처에 대한 '더딘 치유'
하루키 단편소설·체호프 희곡 배합 탄생 '눈길'
'기생충'의 봉준호도, '미나리'의 윤여정도 없었지만, 올해 오스카에도 한국 배우들이 있었다. 박유림·진대연·안휘태 등의 한국 배우가 출연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가 국제 장편 영화상을 수상한 것.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전속 드라이버인 미사키(마우라 토코)를 만나 삶을 회복해나가는 작품이다.
일본 영화계의 젊은 거장으로 떠오르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과 안톤 체호프의 희곡 '바냐 아저씨'를 배합해 새로운 영화를 탄생시킨 것도 작품에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179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끝자락에 닿을 무렵,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는 것도 자못 반갑다.
본래 감독이 계획한 영화의 초기 설정은 예술감독 가후쿠가 부산의 연극제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준비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부산 촬영이 아쉽게 무산됐다. 히로시마가 아닌, 부산이 무대였다면 어떤 모습으로 완성됐을지, 곱씹어보는 것도 흥미롭지 않을까.
■ 코다,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 고리'
'라라랜드' 음악감독 참여 '소리없는 대화' 메워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는 청각장애를 가진 어른들 사이에서 길러진 아이를 일컫는 말이다.
프랑스 영화 '미라클 벨리에'를 토대로 션 헤이더 감독이 각색한 음악 영화인 코다는 제목처럼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소녀 루비(에밀리아 존스)가 가족과 세상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농인 가족 캐릭터들을 실제 농인 배우들이 연기했다는 점은 이 영화의 가치를 더한다.
션 헤이더 감독은 연출과 각본을 맡는 조건으로 농인 캐릭터는 농인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한다. 보다 현실에 맞닿은 장애인들의 삶을 담으려는 감독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코다의 풍부하고 섬세한 사운드트랙도 내내 귀를 즐겁게 한다.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 마리우스 드 브리스와 프로듀서 닉 벡스터가 의기투합해 또 하나의 '역대급' 뮤직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소리가 필요없는 가족의 대화 사이사이를 채우는 음악은 그래서 더 빛난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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