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의 조계지 경계길이 있던 계단에서 만난 강수생(56·왼쪽) 인천화교협회장과 주희풍(47) 인천화교협회 부회장. 이들은 외국인이 아니라 같은 동반자이자 이웃으로 봐 달라고 강조한다. 2022.8.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저희는 인천시민의 한 구성원입니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사는 주희풍(47)씨는 화교다. 공작원이었던 그의 할아버지가 1930년대 항일운동을 위해 대만에서 배를 타고 인천항으로 들어왔다. 그의 아버지는 1948년 인천에서 출생했고, 1975년 주희풍씨가 태어났다. 친누나와 친형의 아이들까지 치면 4대째 한국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 관련기사 3면 ([가장 오래된 이주민 화교, 이방인 아닌 이웃·(上)] 한반도 격동의 시기 함께한 '이웃사촌')"선린동, 눈감고도 다 찾아다닐정도"
김치에 태어날때부터 한글 이름
똑같은 생활·말투에 국적만 달라
김치에 태어날때부터 한글 이름
똑같은 생활·말투에 국적만 달라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주씨는 "인천 중구 선린동은 눈 감고도 다 찾아다닐 정도"라며 "웬만한 인천시민보다 인천에 대해 빠삭하게 아는 '인천 토박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인천 중구에 있는 인천화교학교를 졸업한 뒤 국내 대학에 진학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에서 강의도 했다.
주씨는 "어머니께서는 늘 김치를 담가 드신다"며 "저희(화교)는 한국인과 생활 습관, 식습관, 언어, 말투, 뉘앙스 모두 다 똑같다"고 했다. 이어 "태어날 때부터 한글 이름을 갖고 살았다"며 "저희한테 외지인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강수생(왼쪽)씨는 인천시민과 유일하게 다른 건 '국적'뿐이라며, "저희는 한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이웃"이라고 말했다. 주희풍씨는 "어머니께서는 늘 김치를 담가 드신다"며 "저희한테 외지인이라고 하는 얘기를 들으면 섭섭하다"고 덧붙였다. 2022.8.28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인천에서 결혼하고 26살 딸과 19살 아들을 둔 강수생(56)씨도 화교다. 4대째 인천에서 살고 있다는 그의 가족은 여느 한국인 가정과 다를 게 없다. 인천에서 나고 자란 강씨는 15년 전 방송 소품 납품 관련 업종에서 일하다 7년 전부터는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딸과 아들은 모두 인천화교학교를 다녔다. 아들은 현재 대만에서 유학 중이고, 딸은 국내 대학을 나와 서울에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인천시민과 유일하게 다른 건 '국적'뿐이라는 강씨는 "저를 포함한 많은 화교가 여기 인천에서 태어나 여느 시민과 다를 바 없이 생활하고 있다"며 "저희는 한국에서 같이 살아가는 동반자이자 이웃"이라고 말했다.
지역내 3천명 거주… 4대째 살기도
인천화교협회에 따르면 현재 인천에는 약 3천명의 화교가 살고 있다. 화교는 구세대와 신세대 화교로 나뉘는데, 구세대는 대만에서 넘어온 사람들을 의미한다.
화교는 한국에 정착한 지 140년 정도 됐다. 한국전쟁에 참여하고 한국의 발전과 민주화 과정을 겪는 등 한국인과 사고 과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화교들의 설명이다.
이정희 인천대 중국학술원 교수는 "화교는 140년 동안 우리와 함께 살아왔고 우리와 생각을 많이 공유해 한국화된 분이 많다"며 "특히 구세대 화교들은 한국과 같은 이념 속에서 살아오면서 한국사회에 기여한 부분도 많다. 단순히 '외국인'으로 규정해서 될 게 아닌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