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는 경기 북부지역에서 '진흙 속 진주' 같은 도시로 무시 못 할 성장 잠재력을 지닌 곳이다. 이 때문에 주변 어느 도시보다 미래 기대치가 높지만 아직은 저평가되고 있다. 접경지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동안 제대로 된 도시개발 한 번 할 수 없었던 게 결정적 이유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포천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철길이 놓이고 수도권 어디든 빠르게 닿을 수 있는 고속도로도 뚫리는 등 살만한 여건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
포천시는 이 기회에 성장 잠재력을 살려 전에 없던 발전을 꾀하고 있고 그 중심에 가산면이 자리한다. 포천지역이 성장하려면 인구 끌어올리기가 시급한데 그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철길·고속도로 개통' 등 생활 여건 향상
이주 외국인 38% 차지… 융합 방안 노력
'마을개선' 현지인 아이디어 88% 실현화
다양성 인정 화합… 복지 초고령화 대비
포천시 도시브랜드 로고. /포천시 제공 |
■ 농업과 공업의 공존
가산면은 인구 7천500여 명의 작은 지역이지만, 포천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소흘읍과 인접하고 있다. 또 농경지가 11.11㎢로 전체 면적의 30.9%를 차지할 만큼 넓은 전원 풍경도 빼놓을 수 없는 성장 자원이다. 그렇다고 논과 밭만 있는 게 아니다.
시의 중추 산업인 가구산업 시설이 이곳에 밀집돼 있고 섬유산업 공장도 몰려 있어 중소벤처기업부는 5년 전 이곳을 '도시형 소공인 직접지구'로 지정했다. 농경지에선 주로 포도가 재배되며 드넓게 펼쳐진 포도농장 지대를 지나면 바로 공장지대가 펼쳐져 포천의 농업과 공업 실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공장지대가 있다 보니 인구는 작지만 이에 버금가는 유동인구로 한적하다는 느낌 대신 활기가 넘친다. 거기다 세종~포천 고속도로가 이곳을 가로지르고 있어 오히려 번화하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더욱이 농업지역은 고령인구가 많이 분포하지만 공업지역은 외국인 근로자 등 젊은 유입인구가 많아 균형을 이룬다. 전체 인구 중 이주 외국인은 2천880여명으로 38% 정도를 차지한다.
이렇게 보면 가산면은 농업과 공업이 공존하면서 다문화가 꽃피는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0월 포천시에서는 '제14회 가산면민 화합의 한마당 큰잔치'가 열렸다. /포천시 제공 |
■ 주민 스스로 가꾸는 매력적인 마을
가산면은 4~5년 전부터 주민복지와 생활환경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는 아예 '행복하고 살기 좋은 우리 마을 만들기'라는 모토를 내걸고 본격적으로 마을 개선에 뛰어들었다.
2010년 주민들이 도로변에 하나둘 심기 시작한 포도나무는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무성한 가로수 길을 이뤄 가산면의 상징이자 관광코스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가산면 전체가 나서 가로수 길을 가꾸고 있고 지난해 봄에도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이뤄졌다. 가산면을 떠받치는 포도농사에 상당한 보탬이 되고 있고 지역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일군 포도나무 가로수 길처럼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도 주민이 중심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주민 자치기능을 북돋아 강화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의 아이디어를 내고 가산면은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각종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주민들이 낸 아이디어가 이런 식으로 88% 정도가 현실화됐다.
지난해 11월 포천시 가산면행정복지센터는 가산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가산면에선 주민복지를 위해 공간 및 민간자원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포천시 제공 |
포천은 지난해 65세 노인 인구 비율이 21.3%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산면은 이런 면에서 노인복지를 선진화하고 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가산면 공무원들은 지난해 5월 노인회가 잘 운영되고 있는 안면도를 견학했다. 노인 조직이 이제 노인복지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어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노인복지시설 지원도 좋지만, 예산의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노인회 중심의 맞춤형 복지서비스 지원이 나은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산지역에서 외국인은 한 축을 담당하며 중요 생산인구를 차지한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고착화하고 있고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지역 전체가 생존할 수 있다.
가산면과 주민자치위원회는 이들과 융합을 위해 매년 다양한 다문화 행사를 열고 있고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는 시가 안고 있는 인구문제를 해결하는 해답이 될 수 있고 소흘읍 등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곳에선 이미 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 차이를 좁히는 소통과 화합
가산면은 농업과 공업지역, 내국인과 외국인, 노인과 청년층이 한데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다. 관내 어느 곳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큰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가산면은 이런 차이를 좁히고 다양성을 포용하지 않으면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 올해 소통과 화합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도 역시 주민자치조직이 중심이 된다.
주민자치센터는 주민 조직의 수요를 파악,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마을을 대표하는 주민조직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욕구를 수용하고 조정할 예정이다.
당연히 농업과 공업지역, 외국인 거주지역, 노인층 거주지역 등 지역 간 차이가 날 것이며 이를 주민들이 중심이 돼 해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부족한 공공자원을 대신할 민간협력자원도 활용될 예정이다. 가산면의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동원해 각종 후원사업과 봉사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가산면은 이같이 공공·민간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소통과 화합을 위한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올여름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하는 '글로벌 체육행사'와 주민들의 문화 향유를 위해 '한여름밤의 음악회'가 현재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포천시 가산면 거주 외국인근로자 축구대회. 가산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다. /포천시 제공 |
노인들을 위해서는 특수시책으로 23개 마을 경로당에서 꽃 가꾸기 프로그램을 진행, 품평회와 전시회를 열어 여가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 추진된다. 생산적이고 건전한 여가활동을 원하는 노인들의 요구를 반영한 사업이다.
가산면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가산면은 포천의 다른 지역보다 주민 구성이 다양하고 외국인 유입도 많은 지역이다 보니 이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충족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조직의 역할이 크다"며 "이들 조직과 소통하고 주민들이 서로 화합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통해 발전하는 가산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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