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균형발전'을 향한 시동을 재차 걸었다. 새해를 맞아 지난달 12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용익 시장은 '공간복지·경제도약'을 올해 부천이 나아갈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무엇 하나 허투루 다룰 정책과 분야가 없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이 두 주제를 앞세워 꺼낸 것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는 조 시장이 약속한 '균형발전'으로 향하는 로드맵과도 같다. 전 시장들 또한 '균형발전'을 말해왔다. 경제와 일자리의 중요성도 항상 강조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공간복지'다. 공간을 복지 개념으로 접근한 것인데, 생소할 수도 있는 표현이다.
조 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세대와 계층에게 필요한 공간과 서비스를 지역사회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 '공간복지'"라고 설명했다. 도시계획 과정에서 문화·체육·보육·의료·복지·공원시설과 같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을 골고루 갖춰 시민이 일상에서 안전과 편의를 누릴 수 있게 한다는 뜻이다.
부천은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조 시장은 이런 부분을 '조밀한 도시'라고 표현했다. 부천의 면적은 53㎢로 경기도 전체 면적의 0.5%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구수는 경기도 전체의 약 6%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구밀도도 지난해 기준 1㎢당 1만5천768명으로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가장 높다. 사람으로 가득했던 부천의 아성도 근래 들어 균열이 가고 있다. 인구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인구 감소의 원인이다.
지난 2018년 약 86만명 수준이었던 인구는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 80만명 아래로 내려왔다. 행정안전부 인구 통계(지난해 12월31일 기준)에 따르면 부천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난해보다 1만5천939명 줄었다.
이는 시·군·구 규모 도시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원도심과 전통적인 제조업 산업단지가 쇠퇴하면서 인구가 빠져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낙후된 원도심 환경으로 인해 주민들이 인천·시흥·김포와 같은 인접 지역 신도시로 이주하고, 기업들이 다른 지역의 산업단지로 이전하면서 인구 감소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시가 원도심·제조업 산업단지를 되살리는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천 대장지구 조감도. /부천시 제공 |
조용익 시장 '공간복지·경제도약' 새로운 비전 제시
문화·체육·보육 등 SOC 갖춰 일상 안전·편의 제공
'인구감소' 꾸준… 주민·기업 신도시로 이주 원인
지난 1988년 중동 신도시 건설 이전 부천의 중심이었던 소사만 보더라도 뉴타운 지정·해제 이후 도시의 활력이 크게 꺾였다. 지난 2007년 3월 소사 뉴타운 사업 지정 이후 묶여있던 소사는 2014년 7월 사업 해제 이후 무계획적으로 들어선 다가구주택으로 인해 발전의 갈피를 잃었다.
소사 주민들에게 있어 이 기간은 '잃어버린 7년'이다. 어려움은 그 이후에도 이어졌다. 뉴타운 해제 이후 건축된 다가구주택으로 인해 재개발 방식의 사업은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천시의 발전은 오래된 공간을 그대로 놔둔 채 새로운 공간이 다시 탄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결국 지역 간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갈수록 그 틈이 벌어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조 시장이 내놓은 것이 바로 공간복지다. 그가 천명한 공간복지에는 균형발전을 향한 염원이 녹아있다. 시는 이달 '공간환경전략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 계획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부천의 도시계획을 개별사업들의 파편적인 추진이 아닌 하나의 그림으로 기획해 도시공간의 연계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부천의 개발 방식이 낳은 병폐를 복기하고, 향후 진행될 개발에 있어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의 핵심 지향점은 '균형 잡힌 공간복지'다. 1기 중동 신도시 재정비와 인접 원도심 지역 환경개선 그리고 3기 대장 신도시 개발 등을 연계해 도시의 균형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부천의 신도시 지역인 상동 일대 전경(2002년 촬영). /부천시 제공 |
최근 조 시장은 해외 우수사례를 찾기 위해 출장도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4일까지 프랑스·스페인 출장을 소화했는데 마드리드·사라고사·발렌시아·바르셀로나 등 4개 도시를 둘러봤다.
마드리드는 구도심 문화공간 개발 우수사례를 참고하기 위해 방문했다. 마드리드의 사례를 작동 군부대 개발계획에 참고한다는 것이다. 이어 사라고사는 시민참여 형태의 도시계획 사례를, 바르셀로나는 기존 제조업의 첨단산업화 과정과 공업지역 재생 및 혁신 사례를 각각 염두에 두고 다녀왔다.
시는 조밀한 도시 특성을 고려한 듯 기존 공업지역의 현대화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정책'과 같은 '직주락(職住樂) 동네 15분 생활권' 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것에 목표를 뒀다. 15분 도시 정책은 반경 3㎞ 안에 주택과 직장의 근거리 내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조성하는 등 입체적 도시 인프라 마련을 통해 삶의 질을 크게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조 시장이 밝힌 공간복지가 나타내는 비전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환경용역 내년 상반기 완료 목표 '하나의 그림' 추진
공공복합정비 관심… 원미·소사역 등 노후 7곳 개선
도시재생 2025년 완료 '구도심' 활력 불어넣을 계획
이 외에도 시 차원에서 추진하는 공공주도 복합정비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민간이 나서 개발하기 어려운 원도심 지역은 시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천 원미·소사역 북측·중동역 동측·중동역 서측·원미공원 인근·송내역 남측 등 노후지역 7곳의 주거환경 개선이 공공주도 복합정비로 추진될 예정이다.
또한 재개발 추진이 까다로운 다세대·다가구 밀집지역은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지원을 통해 손을 볼 방침이다. 도시재생 사업도 오는 2025년까지 완료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주차장 확충 및 주차면 확보 또한 원도심의 고질적인 문제인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조 시장은 "부천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성을 쏟고 있는 분야·콘텐츠를 하나로 아우르는 균형 잡힌 도시계획을 설계할 것"이라며 "부천이 하나의 도시로서 존재하고 기능할 수 있도록 지역 간 연계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천/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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