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제도를 개편하겠다고 하자(3월7일자 2면 보도=정부, 주 최대 69시간 근로제 개편… "경영애로 해소"-"사업주만 고려") 이른바 '판교 등대'가 부활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IT·게임 업계에선 개발자들이 고강도로 야근·특근에 나서는 '크런치 모드'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전망에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기존 주 52시간제를 손질해 업무량이 많을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기존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 + 최대 연장 12시간)의 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은 유지하지만,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전체 노동 시간을 관리해 주 단위 노동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다.
'최대 69시간' 발표 환영 속 우려… 2017년 개발자 사망으로 도마 올라
마감 앞두고 고강도 업무 의미… "요새 안 그래 vs 지금도 존재" 충돌
경제계는 환영의사를 밝혔는데,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및 게임 출시 직전에 업무량이 몰리는 IT·게임 업계에선 숨통이 트였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동안 주 52시간제로 근무 시간을 경직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앱·게임 등의 출시일이 늦어져 손해를 봤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개발자들 사이에선 '크런치 모드' 재확산 조짐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크런치 모드는 프로그램 개발 마감을 앞두고 수면 등을 포기하면서 진행하는 고강도 야근 및 특근을 의미한다.
2017년 한 유명 게임사 개발자가 과로사하면서 도마에 올랐고, 크런치 모드를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IT 업계에서 형성됐다.
이후 2018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이런 크런치 모드도 감소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서 '크런치가 있다'라고 답변한 게임 개발자 비율은 2019년 60.6%에서 2020년 23.7%로, 2021년엔 15.4%로 점차 줄었다.
이에 개편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IT업계에서 심화되고 있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개편안이 추진되면 크런치 모드가 재확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요새 기업 문화에서 그렇게까지 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차상준 스마일게이트 노동조합 지회장은 "지금도 업계 전반적으로 크런치 모드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판교 등대'가 재현될 것이다. 업무 시간을 늘리는 대신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론을 연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침체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데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발자들이 충분히 창작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근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태 동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최근 업계가 힘들다 보니 이번 개편안이 단기적으론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진 모르겠다. 개발자들이 자기 계발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동한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