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얼마나 더 다치거나 죽어야 소형 타워크레인이 멈출까요…."
인천에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로 일하는 최형섭(가명·45)씨는 특히 소형 타워크레인을 다루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순간 강풍이라도 불면 혹여라도 옮기던 건설자재가 바닥으로 떨어져 사고가 날까봐 마음을 졸이기 일쑤다.
최씨는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현장 관리자에게 작업을 멈추자고 요청하곤 한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전담 신호수를 배치해 달라고 부탁한 것도 여러 번이다. 그러나 최씨 요구는 모두 묵살됐다.
그는 "대형 유인 타워크레인은 조종실에서 직접 조종하니 아래 현장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고, 순간 강풍 등 위험한 상황에도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며 "하지만 소형 타워크레인은 바닥에서 하늘을 보고 조종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강풍이나 기계 오작동 등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험성 때문에 전담 신호수 등 현장의 안전 조치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공기(공사 기간)를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기상 악화 등 악조건에도 작업을 강행하도록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담 신호수 배치 부탁 모두 묵살
공사기간 등 이유 강풍에도 강행
소형 타워크레인의 설계상 문제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소형 타워크레인 1천470대(지난해 9월 기준) 중 대부분(968대, 65.9%)은 중국산이다.
특히 최근 5년(2018~2022년 8월)간 소형(무인) 타워크레인 사고는 총 47건(사망자 10명, 부상자 5명)이었는데, 이 중 33건(70%)이 중국산 소형 타워크레인에서 발생했다. → 그래픽 참조
독일 등 유럽 제품보다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소형 타워크레인은 건설현장에서 퇴출된 유인 타워크레인을 해체해 이른바 '짜깁기'를 통해 만들어져 기계 결함이 잦다고 조종사들은 입을 모았다. 노후 또는 단종된 유인 타워크레인 등에서 사용하던 자재를 갖다 써 불량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소형 타워크레인은 임차료가 유인 타워크레인의 5분 1 수준으로 저렴해 건설현장에서 선호하고 있다. 또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면허시험은 필기와 실기 시험을 모두 치러야 하는 유인 타워크레인보다 취득이 쉽다.
과거에는 20시간의 관련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소형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었는데, 2021년부터 실기 시험이 추가됐다. 이런 배경 때문에 소형 타워크레인은 2014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쓰이기 시작해 2015년 271대에서 2019년 1천850대로 무려 6배나 급증했다.
소형 타워크레인은 건설사 등 원청업체에서 대여해 설치하고, 이를 조종하는 기사들은 협력업체에서 고용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조종사들은 본인을 고용한 협력업체에 작업 중지를 요청하기 어렵다고 한다.
중국산 부품 재생 기계결함 잦아
대여는 원청·조종은 협력업체 구조
인천의 또 다른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 이영우(가명·31)씨는 "소형 타워크레인 조종사는 위험한 상황에서 협력업체 소장 등에게 작업을 멈춰 달라고 읍소해야 하는 처지"라며 "나를 채용한 업체 관계자에게 대놓고 작업을 멈춰달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국토부는 고용노동부, 경찰청 등과 함께 최근 전국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 태업에 대한 특별점검'을 벌여 고의로 작업을 지연하는 등의 성실의무 위반 행위 33건, 부당금품 요구 2건 등 35건의 불법·부당 행위 의심 사례를 적발했다고 지난 24일 밝힌 바 있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태업으로 발생하는 공사 차질 등을 단속하기 위해 이번 점검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이씨는 "최근에는 '순간 강풍으로 너무 위험해 작업하지 못할 상황'이라고 말하면 소장 등은 태업하지 말라고 꾸짖는다"며 "사람 안전보다 공사가 중요한 것이냐"고 씁쓸해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28일 "소형 타워크레인과 관련한 이번 경인일보 보도 중 일부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곧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