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의회 한승일 의장. /서구의회 제공 |
'한승일 인천 서구의회 의장의 수행 기사 갑질' 사건과 관련해 22일 한 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수행 기사가 한 의장의 갑질 행태를 폭로한 지 닷새 만이다. 한 의장은 그러나 사퇴 시기를 정확히 밝히지 않아 일단 위기를 모면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승일 서구의회 의장은 이날 오전 서구의회에서 열린 전체 의원 긴급 간담회에서 "의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자리에 공무용 차량을 사용하고, 수행 기사 A(35)씨를 장시간 차량 안에서 대기하게 지시하는 등 갑질 행태가 드러나 지역사회 질타를 받았다. 한 의장의 부당한 지시를 참다못한 A씨가 지난 17일 폭로했다.
한 의장이 이날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정확한 사퇴 시기는 정하지 않아 의원들 사이에서 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구의회 한 의원은 "구의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음 달 9일부터 정례회가 열리는 등 논의해야 할 지역 현안들도 많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의장직을 내려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최근 의원 간 막말을 했다는 논란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연달아 벌어지면서 서구의회에 대한 구민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며 "(한 의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거취에 대해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원들 "일단 위기모면 시도" 비판
"내달 9일 정례회 전에 정해져야"
'회유' 사무국 관계자도 공식 사과
서구의회 의원 전체 간담회는 오는 26일에도 예정돼 있다. 일부 의원은 그때까지 한 의장이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를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인일보는 한 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서구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사)인천서구발전협의회 김용식 회장은 "순간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퇴 의사만 밝힌 것 아니냐"며 "사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의장직 사퇴를 강력히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A씨에게 한 의장의 사과를 수용하라며 회유한 서구의회 사무국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긴급 간담회에서 의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 18일 A씨와 한 의장과의 면담 자리에 앞서 그에게 사과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었다.
/김주엽·이수진기자 wed@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