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캉스 소설┃김사과 지음. 문학동네 펴냄. 340쪽. 1만6천원
어떤 물건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소비가 곧 정체성'인 자본주의 사회. 성실한 소비자가 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경제적 빈곤은 악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그럼 반대로, 일확천금을 얻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세상만사는 아름답고도 행복한 것들로 채워질까.
심오한 의문이 담긴 한 소설이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소설은 마음의 결핍을 돈으로 틀어막으려 할수록 더 깊은 허무에 빠지고, 이내 인간성마저 상실하는 현대사회 부조리를 그렸다.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들고 휴양지로 훌쩍 떠난 이들은 이내 섬뜩한 통찰에 등골이 서늘해질지도 모른다.
김사과의 '바캉스 소설'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이로아'가 어느 날 큰돈을 얻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향한 제주도에서 겪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경험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직장에서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노동자 정체성을 갖고 지겨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든 모든 업무를 훌훌 털어버리고 퇴사하는 꿈만 꾸던 중, 국제 정세 흐름을 민첩하게 파악해 석유분야 투자로 큰돈을 얻는다. 그는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자 곧바로 사직서를 내고 제주도로 휴양을 떠난다. 기후 위기로 열대지역이 된 소설 속 제주도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탈 바꿈하려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이로아는 유령인지, 실존하는 사람인지 모호한 인물들과 엮이며 현실과 꿈 사이에서 환락과 모험을 오간다. 돈과 시간이 무한정인, 자유로운 백수가 된 그는 소비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완벽한 듯 보이는 섬을 종횡무진한다.
어느 외딴곳을 둘러보던 그는 우연히 목을 매 죽은 시신을 발견한다. 이후 죽은 이의 환영이 그와 주변인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로아는 유령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왜 죽었는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조심스레 파헤쳐나간다.
유령의 정체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책의 끝자락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비뚤어진 욕망. 그 속에 자리 잡은 공허함을 누군가를 착취하면서 얻는 쾌락으로 채우려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잔인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그럼 반대로, 일확천금을 얻어 '경제적 자유'를 누린다면 세상만사는 아름답고도 행복한 것들로 채워질까.
심오한 의문이 담긴 한 소설이 본격적인 바캉스 시즌을 앞두고 독자들을 찾아왔다. 소설은 마음의 결핍을 돈으로 틀어막으려 할수록 더 깊은 허무에 빠지고, 이내 인간성마저 상실하는 현대사회 부조리를 그렸다.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들고 휴양지로 훌쩍 떠난 이들은 이내 섬뜩한 통찰에 등골이 서늘해질지도 모른다.
김사과의 '바캉스 소설'은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이로아'가 어느 날 큰돈을 얻은 뒤 직장을 그만두고 향한 제주도에서 겪은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경험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직장에서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 노동자 정체성을 갖고 지겨운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든 모든 업무를 훌훌 털어버리고 퇴사하는 꿈만 꾸던 중, 국제 정세 흐름을 민첩하게 파악해 석유분야 투자로 큰돈을 얻는다. 그는 경제적으로 자유를 얻자 곧바로 사직서를 내고 제주도로 휴양을 떠난다. 기후 위기로 열대지역이 된 소설 속 제주도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탈 바꿈하려는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 이로아는 유령인지, 실존하는 사람인지 모호한 인물들과 엮이며 현실과 꿈 사이에서 환락과 모험을 오간다. 돈과 시간이 무한정인, 자유로운 백수가 된 그는 소비만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완벽한 듯 보이는 섬을 종횡무진한다.
어느 외딴곳을 둘러보던 그는 우연히 목을 매 죽은 시신을 발견한다. 이후 죽은 이의 환영이 그와 주변인들에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로아는 유령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왜 죽었는지 사건의 전모를 알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조심스레 파헤쳐나간다.
유령의 정체와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는 책의 끝자락에서 충격적으로 드러난다. 자본주의 사회에 만연한 비뚤어진 욕망. 그 속에 자리 잡은 공허함을 누군가를 착취하면서 얻는 쾌락으로 채우려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소름 끼치도록 잔인하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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