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시작됐다. 당시 남과 북은 비무장지대(DMZ)에 각각 마을 1곳씩을 두기로 했고, 8월 3일 남쪽에는 자유의 마을인 대성동 마을이, 북쪽에는 평화의 마을인 기정동 마을이 조성됐다.
대성동은 군사분계선 남방 500m 지점의 DMZ 안에 위치한 유일하고도 특수한 곳으로,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군 사령관이 관할하고 유엔의 통제를 받는다.
마을의 건물들은 대부분 1980년대에 건축됐으며, 체제 선전을 위해 북향으로 지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이 금지되며, 외지인의 출입 시간도 정해져 있다. 한국전쟁 이전 장단군 군내면 조산리에 주소를 두고 있던 30가구로 처음 형성됐는데, 현재 46가구 180여 명의 주민이 이 곳을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전쟁이 정전협정을 맺고 휴전에 들어간 지 70년이 됐다. 이때 만들어진 대성동 마을 역시 70번째 생일을 맞은 셈이다. 이에 올해 마을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대성동 마을 운영위원회와 경기문화재연구원이 공동 주관해 '자유의 마을 대성동 7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된 것.
마을의 탄생을 기념한 행사에서는 김동구 대성동 마을 이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과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 김경일 파주시장, 서진하 제1보병사단장, 유인택 경기문화재단 대표와 인근 통일촌·해마루촌 주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장 중앙의 마을 회관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태극기가 걸렸다.
정전협정후 8월3일 남한 대성동 마을, 북한 기정동 마을 조성
46가구 주민 180명 거주·대성동초 학생 오카리나 공연 등 감동
이번 행사에는 제1보병사단 군악대의 축하공연에 이어 대성동초등학교 학생 15명의 오카리나 연주단이 공연을 펼쳐 감동을 전했고, 1군단 태권도 시범단의 화려한 태권도 공연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은 대성동 마을의 안전을 책임지는 JSA 경비대대장 이현행 중령과 유엔사 경비대대장 메르카도 중령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대성동 마을 명예주민증을 수여했다. 특히 이현행 중령은 17년 동안 임무를 수행한 소감을 전하며 마을 주민들에게 큰절로 인사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진행된 기념행사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참전한 16개 나라의 국기 70개가 꽂힌 케이크로 마을의 역사적 의미는 물론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미까지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동구 대성동 마을 이장은 개회사에서 "대성동 마을은 비무장지대 내 문화 및 자연유산이 보존된 유적지역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마을의 역사가 남과 북의 관계를 이해하는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평화를 위해 나아가는 길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늘을 기념해 다시 한 번 DMZ의 평화와 역사적 가치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인터뷰] 노현균 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장 "가장 어르신 두분의 소개로 행사 시작… 함께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역사의 순간"
"비무장지대에 있는 국내 유일의 마을이자, 생일이 있는 마을이죠."
노현균 경기문화재연구원 문화유산팀장은 이번 자유의 마을 대성동 70주년 행사를 진두지휘했다. 2020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문화재청, 강원도와 함께 진행한 '한반도 비무장지대 실태조사'를 하면서 대성동 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노 팀장은 "이곳에선 애국가도 다르게 들렸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기가 눈앞에 펄럭이고 북한군이 망원경으로 초소에서 주민들을 봤다. 실태조사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며 마을과 주민들을 위해 뭔가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행사를 준비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행사는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율하며 올해 초부터 준비했다. 또 행사 당일 소개를 할 때도 주민들을 우선했다.
노 팀장은 "대성동 마을의 가장 어르신인 두 분을 먼저 소개했다"며 "20살에 정전을 맞아 70년간 이 마을에서 살아오신 분들이다. 행사에서 그분들을 먼저 소개하는 데 있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사 내내 분위기가 좋았고, 주민분들도 흥이 넘치셨다. 매일이 같은 날일 수도 있지만, 정전 70주년에 맞춰 대성동 마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역사적인 순간이었고 영광이었다"고 전했다.
DMZ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시킬 수 있을까란 질문에는 "DMZ가 자연적 요소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문화적 요소를 꾸려가는 것이 바로 대성동 마을이고 주민들"이라고 강조하며 "가장 초점은 정전 이후 무엇을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노 팀장은 "DMZ가 쓸모없어지는 날이 왔을 때의 개발 계획들은 지금도 굉장히 많다. 하지만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줘야 할지는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누군가는 DMZ에서 가치 있는 것들을 파악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