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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가족봉사단 배선해(48) 단장과 단원이 '이상 수돗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에게 음식과 생수를 전달하고 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수돗물 문제가 한 달 넘게 이어지자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는 훈훈한 모습이 성남시 산성동을 수놓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산성동 한 빌라. 수피아가족봉사단 배선해(48) 단장과 단원이 한 주민에게 3가지 음식과 2L 생수를 전달하고 있었다.

산성동에서는 지난 3일부터 상당수 가구에 육안으로 식별 가능할 정도로 뿌연 수돗물이 나오기 시작했다(7월15일자 10면 보도='필터가 5분 만에 누래요'… 성남 산성동 주민들 흙탕 수돗물로 '고통'). 주민들은 민원을 넣었고, 성남시는 수질·수도관 조사 및 교체 등의 대책은 제시했지만, 당장 닥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달 3일부터 수돗물 이상 징후
성남시 단기 대책 제시 못해
어려움 겪는 이웃 자발적 돕기 나서

배선해(48) 단장은 "산성동은 숲세권, 역세권으로 살기 좋은 동네다. 정도 많고 단합도 잘되는 데 수돗물에 문제가 생겼고, 상당수 주민이 먹고 마시는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 그래서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아이가 있는 집,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돕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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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를 하는 손은미씨가 '이상 수돗물'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위해 자비로 만든 음식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

음식은 산성동에서 19년째 '하늘밥도둑'이라는 반찬가게를 하는 손은미(58)씨가 나섰다. 손씨는 이날 자비로 5시간 동안 돼지고기잡채, 멸치꽈리고추볶음, 돼지고기고추장찌개 등의 음식 25인분을 만들었다. 손씨는 "이웃들이 수돗물로 고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마음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생수는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산성동에서 49년간 '전주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장인영(43) 약사가 보탰다. 장씨는 "특히 물 때문에 고생하는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같이 하게됐다"고 밝혔다.

이런 음식과 생수는 마을 커뮤니티를 통해 신청받아 반찬가게에서 전달하거나, 봉사 단체로 이웃 돕기에 동참한 수피아가족봉사단이 직접 배달해주고 있다. 배선해 단장은 "방학 기간 동안 매주 월요일마다 음식과 생수를 전달할 것"이라며 "성남시가 단기 대책도 세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주민은 지난 4일 성남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수정구 산성동은 한 달이 넘도록 혼탁수의 대책이 없습니다. 무더운 여름 날씨에 주민들과 아이들은 지쳐갑니다'라는 호소 글을 올렸고, 3일만에 4천545회의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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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산성동 한 주민이 촬영한 뿌연 수돗물의 모습. 2023.8.6 /주민 제공

이 주민은 "흙물이 수질검사가 정상이라는데 그 혼탁수로 밥을 지어 정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입에 넣어 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색맹이 아니고는 혼탁수를 그 흙물이 정상이라 말할 수 없을텐데 성남시는 수질검사가 정상이라며 생수지원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이 상황은 재난입니다. 1960년대도 아니고 첨단과 혁신의 도시 성남시에서 도대체 혼탁수가 웬말입니까? 물은 생존권이며 산성동 주민들은 철저하게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산성동 주민들에게 생수를 지원해 주시길 호소합니다"라고 했다. 

성남/김순기기자 ksg20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