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감옥' 된 인천공항 터미널

입력 2023-09-03 19:17 수정 2023-09-03 20:38
지면 아이콘 지면 2023-09-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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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출신 A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지내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내 출국대기실. 그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 등이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샌드위치, 기내식,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 이곳에는 난민 인정 심사에 불회부된 외국인 등 10여 명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2023.9.3 /A씨 제공


"마치 큰 감옥 같습니다."

북아프리카 출신 A씨는 지난해 10월1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이후 약 11개월 동안 공항 내 출국대기실에서 지내고 있다.

그는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우리 정부에 난민 심사를 신청했다.



이슬람 신자가 아닌데, 자국에 이슬람교 교리를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는 법률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법무부(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가 그를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 하면서 심사조차 받지 못한 채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제공되는 샌드위치와 기내식 등으로 하루 끼니를 때우고 있다"며 "11개월 동안 부족한 식사를 하고, 좁은 잠자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지고 온 돈은 이미 다 떨어졌다"며 "인간으로서 가치를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종교적 박해' 심사 신청에 불회부
아프리카 출신 A씨 11개월 체류중
인도적 지원 샌드위치·기내식 끼니

시민단체 "식사 등 제도적 지원을"


A씨는 법무부가 지난해 10월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 처분하자 인천지법에 결정 취소 소송을 냈다. 국내 난민법상 난민 인정을 받으려면 '난민 심사 절차'에 회부돼 심사를 받아야 한다. 난민 심사 절차에 넘겨지면 '난민 신청자' 지위를 얻게 되고 우리나라로 입국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불회부되면 입국이 불허된다.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등 난민 인정 신청 이유가 명백하지 않을 경우에는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될 수 있다.

인천지법이 지난달 22일 재판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A씨는 공항 노숙 생활을 끝내지 못하게 됐다. 그는 인천지법 판결에 즉각 항소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2013~2022)간 전체 난민 심사 절차 신청 건수 중 약 44.9%인 928건만 이 절차에 회부됐다. 난민 심사 절차에 불회부된 외국인이 행정소송을 냈을 경우, 결과가 나올 때까지 A씨처럼 공항 환승 구역이나 출국대기실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초 이른바 '공항 난민'이 출입국·외국인지원센터 등 외부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해 말 '출입국관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권리 구제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장기 대기해야 하거나, 노약자를 동반한 송환 대상 외국인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출입국항(공항 등) 외부에 출국대기소를 설치·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A씨를 지원하는 사단법인 '두루' 이한재 변호사는 "항소심 등을 거치면 A씨는 최소 3개월 이상 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계속해야 한다"며 "난민 인정 여부를 떠나 식사와 잠자리 등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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