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맛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에서 돼지고기, 감귤, 고사리, 버섯, 보리, 메밀, 꿀 등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재료다. 청정 제주의 자연을 담은 '제주 특산물'을 맛보고, 즐기는 자리가 마련된다.
제주일보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제주시민복지타운 광장 일원에서 '2023 청정 제주 1차산품 및 특산물 대전'을 개최한다.
재료 본연의 맛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제주의 음식, 그리고 청정 제주산 원료를 활용한 가공·유통 제품 등 제주산 특산물의 모든 것을 만나볼 수 있다.
우선 다양한 재료를 담아낸 제주만의 향토음식을 만나본다.
돔베고기. /제주관광공사 제공 |
■ 돼지고기 본연의 부드럽고 촉촉한 맛 '돔베고기'
도마 제주어 '돔베'… 뜨거울 때 바로 썰어 먹던것에 유래
제주산 돼지고기는 유명하다. 제주 특유의 기후와 풍토에 잘 적응해 오랜 역사성과 맛에서도 차별성을 갖는다.
제주 돼지는 제주 지역의 생활, 민속, 의식주, 신앙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돼지고기는 제주도민들에게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하며, 혼례나 제사, 상례, 마을 포제 등에 이용된다.
돼지를 이용하여 만드는 '돗수애'(돼지순대), '돔베고기'(돼지수육) 등은 제주의 향토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순대, 두부 등을 담아 '반'이라 해 집안 경조사에 오는 손님에게 드리는 풍습이 있었다.
집안의 대소사에 손님 접대를 위해 돼지를 잡고 뼈나 내장 등의 부위는 국물 음식으로 이용되고 살 부위는 손님 접대용으로 만드는 편육이 돔베고기다. 삶은 고기를 누르지 않고 뜨거울 때 도마에서 썰어서 바로 먹던 데서 유래된 것으로 돔베는 도마의 제주어다.
돔베고기는 잡내가 없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혈액순환개선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 방식으로 쫄깃하게 삶은 돼지고기보다 부드럽고 촉촉한 것이 특징이다.
고사리 돼지볶음. /제주관광공사 제공 |
■ 고사리와 흑돼지의 환상 궁합
부드러운 식감 '한라산 먹고사리'… 최적의 생육환경 큼직
4월 초순의 짧은 우기를 '고사리 장마'라고 한다. 봄비를 맞은 고사리가 한라산 계곡과 곶자왈에 여기저기 돋아나 아낙네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 곶자왈이 선물한 제주 고사리는 비타민A, 비타민 B2와 칼슘, 인, 철분, 회분, 단백질, 당분 등 영양가가 풍부하고 섬유질이 많은 채소다. 한의학에서는 어린잎을 말려서 한약재로 널리 사용해 왔는데 한문명은 궐채(蕨菜)라고 표기하며 궐아채, 용두채, 거두채라고도 한다.
고사리 육개장. /제주관광공사 제공 |
고사리의 대명사인 '한라산 먹고사리'는 굵으면서도 중심이 비어 있어 보기와 달리 아주 부드럽고 씹히는 질감이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독특한 향이 있어서 인기가 높다. 다른 지방의 고사리가 제주의 먹고사리 만큼 굵은 두께가 되려면 이미 광합성을 일으키며 푸르게 변하게 돼 결국 억세진다.
이에 반해 제주의 먹고사리의 생육환경은 직사광선이 많이 들지 않고 늘 축축한 상태의 습기를 머금고 있는 곶자왈에 집중돼 있다. 굵으면서도 부드러운 수분을 충분히 머금은 최상의 식용 고사리로 자라게 된 이유다.
몸국. /제주관광공사 제공 |
■ 모자반의 바다향과 돼지고기 육수가 어우러진 '몸국'
돼지육수에 모자반 넣어 끓인 '몸국'… 은은한 바다향 일품
다른 지방에서는 돼지고기 국물을 잘 이용하지 않지만 제주에서는 돼지고기국, 돼지고기 찌개, 돼지고기 육개장, 접짝뼈국 등 돼지고기 국물을 이용한 음식이 많다. 돼지고기 국물을 이용한 제주 대표 요리 중 하나가 바로 '몸국'이다.
몸국은 대개 집안의 대소사를 치르기 위해 돼지를 잡았을 때 만들어 손님들에게 대접했던 국으로 돼지를 삶았던 국물에 돼지내장과 제주어로 '몸'이라 불리는 모자반, 배추, 무 등을 넣어 끓인다. 여기에 메밀가루나 밀가루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제주어로 '베지근한(걸쭉하고 진한)' 국이 만들어진다.
어패류 이외의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기 힘들었던 제주 사람들이 귀한 돼지고기를 온 마을사람들과 알뜰하게 나눠먹기 위해 끓인 몸국은 제주도민들의 나눔 정신인 '수눌음' 의 의미가 담긴 음식이다.
몸국은 모자반의 은은한 바다향과 돼지고기 육수가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고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참 일품이다. 청량 고추와 파를 듬뿍 넣으면 칼칼함을 더할 수 있다.
고기국수. /제주관광공사 제공 |
■ 돼지고기 육수에 두터운 중면 '고기국수'
구수한 국물·두툼한 중면 '고기국수'… 향토음식 자리매김
고기국수는 기원이 오래되지 않은 향토음식이다. 일본강점기 때 건면을 생산하는 국수공장이 들어섰고, 물자가 귀한 시대라 경조사 때 몸국과 같은 잔치 음식도 대접하지 못하자 돼지 뼈를 우린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대접하던 음식이 1970년대 분식장려 정책과 가정의례준칙이 발효되면서 섬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고 얘기하고 있다.
보통 육지부의 잔치국수는 쇠고기 육수나 멸치육수에 소면을 사용하지만 제주에서는 돼지고기육수에 대부분 중면을 사용한다.
원래는 돼지 삶은 국물을 사용했지만 돼지 사골을 우린 국물만을 쓰기도 하고, 멸치육수를 일부 섞기도 한다. 섞는 비율에 따라 그 집만의 독특한 맛을 내며, 멸치육수를 섞으면 돼지의 누린내가 많이 없어진다고 한다.
빙떡. /제주관광공사 제공 |
■ 제주 향토음식의 감초 '메밀'
도민과 오랜세월 함께한 '메밀'… 빙떡·칼국수·전 '무한변신'
제주는 우리나라 최대 메밀 생산지다. 메밀은 제주도민들과 오랜 역사를 함께 해온 식재료다. 예로부터 제주에서는 메밀을 활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가장 알려진 메밀 향토음식 중 하나가 바로 '빙떡'이다. 메밀가루에 소금과 달걀 흰자, 참기름을 넣고 고루 섞어 만든 반죽을 기름 두른 팬에다 부쳐 삶아 익힌 채 썬 무를 넣어 돌돌 말아내면 완성된다. 빙떡은 제사·혼례·상례 등 제주에서 큰일을 치를 때마다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설이나 추석 명절 차례상에 오르기도 한다. 메밀칼국수도 대표적인 메밀음식 가운데 하나다.
메밀은 밀가루와 다르게 글루텐 단백질을 갖고 있지 않아 점성이 약하고, 질김 정도도 약한 만큼 밀가루를 약간 섞어 칼국수를 해 먹으면 맛도 좋고, 소화흡수율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메밀전도 많은 사람이 즐겨 먹는 음식이다. 메밀가루와 찹쌀가루를 섞어 체에 내린 뒤 밑간 또는 양념을 한 무와 김치, 표고버섯, 시금치, 숙주 등을 넣어 팬에서 노릇하게 지지면 완성이다.
지난해 개최한 특산물대전에서 제주산 제품으로 만든 음식코너. /제주일보DB |
■ 수확의 계절 가을, 제주 향토음식 '한자리'
9~10일 청정 1차산품·특산물대전
풍성한 결실의 계절을 맞아 제주에서 청정 농·축·임산물과 향토음식과 다양한 문화 공연이 어우러진 축제가 펼쳐진다.
제주일보는 9일부터 10일까지 양일간 제주시민복지타운 광장 일원에서 '2023 청정 제주 1차산품 및 특산물 대전'을 개최한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이날 행사는 수확의 계절 가을, 제주의 농·축산물 및 특산물과 2차 가공품을 만나보는 자리고 마련된다.
올해는 생산자단체와 제주산 원료를 활용한 제품 가공·유통업체 등 24개 업체가 참여한다. 특히 제주농촌융복합산업지원센터 지원업체가 참여하면서 판매제품 증정 행사와 판촉 제품 홍보의 자리도 마련된다.
'청정제주 1차 산품 및 특산물 대전' 내 제주 향토음식 부스에는 제주산 특산물을 활용한 조리시연과 함께 고기국수 무료시식도 열린다.
청귤청, 청귤빙수를 직접 만들고 맛보는 체험과 행운의 특산물 획득 이벤트와 함께 제주 전통문화 공연과 축하 공연도 이어진다.
/제주일보=김형미기자,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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