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전력이 2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3차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내년 3월까지 4차에 걸쳐 각각 7천800t, 총 3만1천200t을 방류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여론은 담담하다.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던 지난 여름의 난리통을 생각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4월 13일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4일 윤석열 정부에서 방류를 개시했다. 두 정부 모두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반대하지만 '일본의 주권'이라는 대응 기조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해양 방류에 긍정적인 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방류 저지 투쟁이 본격화됐다. 한·일관계 정상화에 집중했던 윤 대통령이 일본 해양 방류를 방관했다는 프레임에 걸려들었다.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설명은 '세슘 우럭' 공포에 맥을 못 췄다. 민주당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안전하다는 IAEA 최종보고서도 '일본용'이라고 부인했다. 처리수를 마실 수 있다는 영국 학자는 돌팔이 취급했다. UN에 진정서를 낸다고도 했다. 급기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일본의 해양 방류 개시 전날, 문재인 정부가 '일본의 주권'이라 했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제2의 태평양 전쟁"으로 규정했다.
한 여름 원전 오염수 소동으로 민생이 흔들렸다. 공포에 질린 국민들은 소금 사재기에 나섰고, 휴가철 대목을 기대했던 전국 해안 상권의 수조엔 팔리지 않는 횟감들이 가득했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두 쪽 났다. 회를 먹는 사람은 보수요, 거부하는 사람은 진보였다. 식재료가 진영을 판별하는 수단이 된 사례는 2023년 여름날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소동은 일본 정부가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하면서 잦아들더니 이제 자취조차 없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삼중수소는 안전 수치를 밑돌고, 소금은 창고에서 넘쳐나고, 식탁엔 수산물이 가득하다.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마약 이슈로 정권의 위기를 덮으려는 의도와 기획'이라는 요지로 주장했다. 덧붙인 말이 가관이다. "근거는 없다." 지난 여름 민주당의 원전 오염수 투쟁의 근거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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