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재난, 집으로 찾아왔다·(上)] 주거취약층 고통은 더욱 '가중'

아픈 지구 '지옥고'엔 겨울철 더 쌀쌀맞다
입력 2023-11-12 19:13 수정 2024-02-07 16:45
지면 아이콘 지면 2023-11-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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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기온이 영하 3도까지 내려가는 등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12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입주민이 문풍지를 붙이고 있다. 2023.11.12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기후재난시대, 집이 재난현장이 된 이들이 있다. 피할 곳 없이 사시사철 이상기후를 맞닥뜨리는 주거취약계층이다. 주거빈곤에 관리비 폭탄까지 떠안은 이들에게 집은 휴식은커녕 생존을 고민하는 공간이 됐다. 폭염이 언제였냐는 듯 성큼 다가온 겨울의 시작점에서 사실상 '각자도생'하고 있는 이들의 재난대비 실태를 공동체가 책임질 방안을 모색한다. → 편집자 주
도내 지하·옥상·고시원 22만 가구
매년 이상기후 반복에 '긴장 백배'

 

폭염을 견뎌내니 때 이른 한파가 다가왔다. A(40대·여)씨는 선풍기를 미처 넣어 두기도 전에 문틈을 막고 동파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무더위만큼 끔찍했던 지난해 끝 모를 겨울이 불현듯 떠오르면서다.

지난 10일 만난 A씨는 30여년 전 지어진 수원시 권선구 한 단독주택의 반지하 방 세입자다. 33㎡ 남짓한 투룸에 13살 딸과 함께 8년 동안 살고 있다. 부엌이 딸린 거실 개념의 방과 자그마한 아이 방이 분리돼 있으나 이마저도 살림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해 아이 방 한 켠에 짐을 쌓아두고 생활한다.

그나마 여름은 방이 좁아 에어컨 사용량을 조절하며 어찌어찌 버텨냈지만, 문제는 한파다. 재작년부터 한파경보가 내렸다 하면 어김없이 화장실 수도가 얼어버리곤 했는데 수리하고 싶어도 설치 구조가 낡아 손 쓸 수 없는 상태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A씨는 "겨울 동안 화장실을 아예 못 쓰니 저나 아이나 옆집 화장실을 이용하기도 했다"면서 "올해도 시설은 그대로인데 작년이 유독 추웠던 만큼 올해 더 추워지는 건 아닐지 걱정"이라고 했다.


'동파 수리' 낙후된 구조탓 난항
온열질환 사망도 2년새 12명 ↑


반지하 겨울나기 문풍지 스케치 (9)
12일 수원시 팔달구의 한 반지하에서 입주민이 문풍지를 붙이고 있다. 2023.11.12/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일상 속 기후재난에 시름 하는 주거취약계층(11월3일자 2면 보도=[경인 Pick] 약해진 지구, 피할 곳 없는 취약가구)은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를 두고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수원뿐만 아니라 A씨와 같은 처지인 취약계층은 경기지역 전역에 퍼져 있다. 노후문제로 기능을 상실하거나 구조적으로 취약한 주택은 시군 경계를 가리지 않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도시연구소 자료를 보면 2022년 비적정 주거로 평가받는 이른바 '지옥고'(지하·옥상·고시원 등 주택 이외의 거처) 가구는 경기지역에 모두 22만1천774가구가 위치해 전체 가구 수의 4.3%에 달했다.

시군별로 보면 지하방 가구는 성남(2만3천214가구·6.3%)이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냈으며 옥상(옥탑)은 구리(654가구·0.9%), 주택이외의 거처는 비닐하우스나 쪽방 형태 노동자 주거시설이 다수 포진한 포천(5천22가구·8.4%)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렇듯 취약한 환경에 거주하는 이들이 기후재난에 시달려 사망하는 사례도 점차 급증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국 온열질환 환자는 2021년 1천358명에서 올해 2천818명으로 2년 만에 2배 넘게 뛰었고 사망자도 같은 기간 20명에서 32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환자도 271명에서 683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달 초 '기후위기와 주거권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기후위기는 보편적인 문제이지만 거주 형태에 따라 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며 "지역민이 겪는 상이한 어려움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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